소버린측의 지분매입과 관련된 SK(주)의 공식적인 입장은 어디까지나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한 장기투자자의 지분매입이다. 그러나 적대적 M&A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그린메일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는 강한 의사표시로 볼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향후 SK(주)는 물론 SKT의 경영권 문제와 나아가 SKT의 계열분리 가능성 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버린 접촉 경과=SK(주)가 밝힌 소버린과의 공식적인 접촉은 팩스 두번, 전화 세번과 한번의 만남 등 총 다섯번이다. 지난 3일 소버린측 대리인을 통해 처음 연락이 왔고 그 때는 소버측이 지분매집을 시작해서 8.6%를 취득한 상태였다. 이후 경과보고에 대한 두번의 팩스를 받았다. 이후 10일 제3의 장소에서 만나 2시간 30분간 이야기를 나눴으며 두번의 추가적인 전화통화를 가졌다.
이 만남에서 소버린측은 자신들의 회사현황과 투자목적에 대한 설명 및 현재 SK(주)의 현황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주를 이뤘으며 추가적인 지분매입이나 이사회 참여 등 향후 회사운영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특히 SKT와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향후 전망=SK(주)의 향후 비전과 소버린의 요구가 같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표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향후 일정 및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는 향후 소버린측에 이사회에 참석, 자세한 설명을 한 향후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설혹 적대적 M&A의 의도를 갖고 있다 해도 충분한 경영권 방어대책이 마련돼 있다”면서 “하지만 전략상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게 유정준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또 “SK(주) 주식을 산 이유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게 싼값이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 국민은행에도 투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소버린측과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체제 강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으며 향후 사외이사의 역할비중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소버린측 인사와의 면담에서는 SKT, SK글로벌 등 어떤 다른 자회사들과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며 “SKT의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지 않으며 언론에서 말하고 있는 대부분이 과장돼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포스코에 ‘백기사’를 요청한 적도 없으며 소버린측 인사가 참여연대 관계자 등을 만난 것은 ‘정보수집’ 차원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소버린은 어떤 회사=SK(주)가 파악하고 있는 소버린은 헤지펀드가 아닌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다. 모나코 몬테카를로에 소재하고 있으며 패밀리 몇명이 소유하고 있는 펀드로 외부인의 펀드 참여도 없어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배당의무 등이 없기 때문에 장기 투자를 원칙으로 한다는 게 소버린 관계자가 밝힌 소버린의 투자 성격이다.
또 소버린측의 협상 관계자로 나선 사람은 모 외국계 증권사에서 10년 넘게 투자를 했던 사람으로 한국, 체코, 러시아 등 이머징 마켓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사람이라는게 SK측의 설명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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