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1대주주가 내국인 SK(주)이며, SK그룹의 의결권 행사도 가능하다는 정통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증권가를 중심으로 SK텔레콤의 그룹계열 분리 가능성은 수그러들기는커녕 확산되고 있다.
14일 증시에선 SK에 대한 영국계 크레스트시큐리티스의 그간 지분매입과 관련된 일련의 움직임이 공식화되면서 SK가 보유중인 20.9%의 SK텔레콤 지분처리와 그에 따른 SK텔레콤의 향배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이날 SK텔레콤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6% 가까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일단 계열분리 및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증시전문가들은 SK의 대주주로 올라선 크레스트의 SK텔레콤 직접 지배 가능성은 줄어든 대신 향후 SK의 경영구조가 어떻게 짜여지든간에 SK텔레콤의 계열분리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향후 SK의 실질적인 경영권자가 누가 되든 무수익자산으로 분류된 20.9%(주당 18만원 기준, 약 3조2400억원)의 SK텔레콤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일부 또는 전체를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현 SK 지배구조가 유지되더라도 SK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현금성 자산이 필요하며 크레스트가 결정권을 갖더라도 투자수익을 노릴 것이 분명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홀딩컴퍼니인 SK조차 SK텔레콤 지분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처지에 크레스트로선 이를 그대로 안고 갈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프리미엄이 붙은 현금자산으로 본다면 고수익의 매각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크레스트의 모기업인 소버린자산운용도 14일 공식입장을 통해 “SK의 1대주주가 된 것은 장기투자 목적”이라면서도 “높은 수익창출을 가능케 할 사업계획 재조정과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현 SK의 계열사 지분구조에 상당부분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증시에선 SK텔레콤의 계열분리를 위한 SK 보유지분의 매각방안과 관련, 3가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첫째, SK텔레콤이 10% 내외의 지분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고 나머지 10% 가량을 SK측이 분산 매각하는 방법이다. 이 방안은 현실적으로 가장 실현가능성이 높지만 자사주 매입대금을 이용한 SK글로벌 변칙지원 등의 논란소지는 분명히 안고 있다.
둘째, 현재 SK텔레콤의 6.9% 지분을 보유해 2대주주에 올라있는 포스코가 추가지분을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법 또한 포스코 주주들의 지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미 포스코 주주들로부터 보유중인 SK텔레콤 지분을 매각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적잖은 진통을 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20.9%를 해외통신사업자 및 투자자들에게 5% 가량씩 3∼4개 그룹으로 나눠 분산매각하는 방법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매입주체가 불분명한데다 제휴목적도 각각의 효력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
한편 증시투자자 사이에선 SK텔레콤이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독립회사로 분리돼 명실상부한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로 커가는 것이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란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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