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에 이어 온세통신이 법정관리를 전격 신청함에 따라 통신시장 재편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LG그룹 계열의 유선통신사업자인 데이콤이 파워콤을 인수한 데 이어 하나로통신의 경영압박 요인, 두루넷의 법정관리 이후 인수합병(M&A) 문제 등 유선통신 업계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나아가 최근 SK텔레콤의 지주회사인 SK에 대한 적대적 M&A 등 무선통신 업계에도 불안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통신시장이 일대 회오리에 휩싸이게 됐다.
◇법정관리 신청 이유는=온세통신측은 이달말에 도래하는 단기 부채가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부채는 4200억원 정도며 이 중 단기부채는 2700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통신업계 불황으로 후발통신사업자들에 대한 금융권의 관리가 강화되면서 자금난에 빠졌다. 더구나 통신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금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발전했다.
업계에서는 모그룹인 현대의 해체 이후 마땅하게 자구수단을 마련할 수 없는 온세통신이 두루넷의 법정관리를 지켜보면서 이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 수익구조 개선만으로 독자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경영층이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부채를 동결함으로써 회사의 경영상태를 호전시켜 놓은 이후 매각협상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온세통신은 두루넷과 달리 올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등 상태가 양호하다”며 “회사 사정이 비교적 좋을 때 법정관리를 신청, 매각시 좋은 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왜 이렇게 됐나=온세통신과 두루넷이 법정관리를 선택하게 된 것은 우선 시장상황이 악화된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시장이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면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시외·국제전화 시장도 이동전화·인터넷전화(VoIP)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했다.
또 KT라는 거대 통신사업자가 유선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면서 후발사업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효경쟁 환경이 조성되지 못한 것도 한 이유로 지적됐다. 정보통신부는 KT 등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들이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비대칭규제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KT의 지배적 위치는 변하지 않았으며 결국 후발사업자들의 연쇄 붕괴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실패와 시장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의 경영실패가 함께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어떻게 될까=앞으로 남은 문제는 온세통신과 두루넷을 누가 인수할 것인가다. 또 하나로통신도 논외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이들을 인수할 만한 회사는 우선 KT·데이콤 등으로 압축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비통신 그룹사 등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후발통신사업자들의 막대한 부채, 시장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비통신 그룹 등은 현실적으로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이다.
결국 또다른 후발통신사업자인 데이콤이 핵이 되서 뭉치는 그림, KT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인수하는 방법 등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데이콤의 경우 자구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자금난과 사업영영이 겹쳐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KT가 인수한다 하더라도 통신독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따라서 부채탕감 등이 없으면 데이콤의 인수가 어려울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개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표
유선부문 후발사업자 주요 재무지표 (단위:억원, 기준시점 2002년)
구분 부채 매출액 영업이익 비고
온세통신 4200 3600 60 법정관리 신청
두루넷 7800 5280 △111 법정관리중
하나로통신 20000 12534 60 경영권 논란
데이콤 20104 10581 961 파워콤 인수
일지
96년 7월 법인 설립
97년 10월 국제전화 서비스 실시
98년 7월 인터넷폰 서비스 개시
99년 10월 현대정보기술의 ‘신비로’ 인수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실시
99년 12월 시외전화 서비스 실시
2000년 8월 HFC망 이용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실시
2001년12월 사업개시 이후 최초 흑자 달성
2003년 4월 11일 법정관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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