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미국 정부가 주식 배당금에 대한 세금면제 등 다양한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하이테크 기업들이 해외 과실을 본국에 들여올 경우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세금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HP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기업들은 해외 사무소 및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본국에 들여올 때 부과하는 법인세를 기존의 35%에서 5.25%로 인하해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미 국회 및 행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은 주로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앤바이어(KPCB)의 파트너(이사) 플로이드 크밤(사진) 등 로비스트들이 맡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크밤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과학기술 자문관이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활용해 최근 경영난을 겪는 미국 하이테크 업체들의 숙원을 풀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크밤 파트너는 “미국 기업들은 90년대 경제가 장기 호황을 구가할 때 해외 사무소 및 자회사 설립, 벤처기업 투자 등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고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 적립금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를 본국에 들여오기 위해서는 엄청난 세금(35%)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하이테크 기업들의 숨통을 틔어주기 위해서도 이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본국에 송환하는 데 따른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노력은 속속 결실을 거두고 있다. 하원의원 필 잉글리시(공화당·펜실베이니아·사진)와 애덤 스미스(민주당·워싱턴), 상원의원 존 엔사인(공화당·네바다·사진) 등 3명의 국회의원은 각각 하이테크 업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법률(안)을 마련해 국회 통상위에 제출했다.
하이테크업체들은 “만약 이같은 법률(안)이 통과돼 시행에 들어갈 경우 해외에 잠자고 있던 수익 적립금 약 1350억달러가 국내에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 법(안)이 시행돼 해외 자금이 국내에 유입된다고 해도 이들이 모두 재투자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결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최근 미국 부시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했던 총 7260억달러의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감세(안)가 하원을 통과한 후 상원에서 세금 감면액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새로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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