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회 리더]장문철 경찰대 법학과 교수

　“제가 원래 새로운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법학은 첨단분야에 약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넷이나 정보기술(IT)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법학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고 역동성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사회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찰대 법학과 교수로 14년째 후학들에게 상법을 가르치고 있는 장문철 교수(52). 상사법·중재법·협상론·조정론의 전문가로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한국협상학회 상임이사, 서울지방법원 조정위원을 맡고 있는 그의 이력에 다른 직함이 눈에 띈다. 바로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 분쟁조정이라는 맥락에서야 다를 바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최첨단 분야인 인터넷 도메인 분쟁이라는 분야에 장 교수가 선뜻 발을 내디딘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장 교수의 명쾌한 대답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97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직접 만들어 관리하거나 요즘도 하루 몇시간씩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뒤지며 새로운 이슈나 정보를 찾는 그의 모습에서 나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고보니 전자거래분쟁 조정위원, WIPO 도메인 분쟁 조정인 등 인터넷 분야의 각종 상거래 분쟁 조정에 대해 관여하는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제 전공이 상법인데 그야말로 역동적인 분야입니다. 현행법이 따라가기 힘든 면이 있지요. 그 와중에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더욱 새로운 질서가 요구됩니다. 단순히 기존 상표법과 새로운 인터넷의 대결구도로 보기보다는 공정한 룰을 세운다는 관점에서 인터넷 분쟁조정에 관심을 갖게 됐지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달하우스(Dalhousue Law School)’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장 교수는 몇년 전 제네바 WIPO 도메인 분쟁에 패널로 참석해 20여건의 닷컴 분쟁 해결에 관여하는 등 도메인 이름 분쟁조정에 관한 전문가로 꼽힌다. 장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인터넷과 IT는 새로운 분야이고 폭발적인 증식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규율보다는 자율적인 통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 그래서 소송외적 분쟁해결수단(ADR)이 기존 법 적용의 제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에서 국내법의 적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앞으로 법원에서 인터넷 도메인 이름에 관한 분쟁이 숱하게 다뤄질 것입니다. 위원회의 조정결정에 불복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법원이 IT와 인터넷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질서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아주 힘들어질 것입니다. 인터넷 분쟁에서는 자율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죠.”

　장 교수는 지난 11일 변호사와 변리사 200여명을 초청해 도메인 이름 분쟁에 관한 한일 국제 세미나도 열었다. 지난해 캐나다와 공동으로 개최한 데 이어 두번째다. 앞으로는 한·미, 한·독 공동 국제 세미나도 열어 국제적인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