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게임 속 여성, 게임 밖 여성

◆정영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ncysn@gameinfinity.or.kr

 

 참여정부 각료 가운데 4명의 여성장관이 탄생하는 등 역대 어느 때보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왕성해 우리나라가 여성 르네상스의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모두들 기대하고 있다.

 일찍이 여성의 사회적 참여는 서구사회에서는 가사노동 중심의 단순노동에서 산업혁명 이후 19세기말 여성들에게 참정권(뉴질랜드 1893년)이 부여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여성 국가원수나 정부수반이 8명에 이를 정도다. 또 북유럽 최고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경우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각료의 44%, 국회의원의 37%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으로 역할을 충실히 완수했으며, 영국의 총리를 11년 6개월 동안 지낸 마거릿 대처는 영국 역사상 최장기간 연속으로 총리를 지낸 기록을 세웠다.

 이렇듯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분야에서 여성은 어떠한 활약을 하고 있는가. 언제부터인가 게임 속에 등장하는 미인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 가냘픈 몸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생머리, 큰 눈동자에 짙은 눈썹으로 대변되던 게임 속의 ‘순정만화형’ 여성 캐릭터들이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가녀린 팔다리 대신 우람한 근육질로, 커다란 눈에서 쏟아지던 눈물은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를 겪고 난 뒤의 땀으로 변하고 있다. 사실 예전의 게임 내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 티 한 점 없이 맑은 미소녀의 얼굴에다 남성 캐릭터들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눈물을 흘리고 지배당하는 수동적인 성격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게임 속 여성들은 점차 강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육체적·정신적으로 남성을 능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툼레이더’의 ‘라라 크로포드’ ‘레지던트이블’의 ‘앨리스’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몇 년간 여성들의 사회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의 여권이 신장된 이유로 분석되며, 최근 게임을 즐겨하는 젊은 층에서는 긴머리에 청순한 소녀 같은 캐릭터들보다 근육질에 터프한 전사 같은 여성 캐릭터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 젊은층에서의 남녀평등사상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 속 여성을 그리는 사람이 대부분 남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만약 여성 개발자가 게임 속 여성을 그렸다면 남성보다 더욱 섬세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더욱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그리지 않았을까.

 게임산업은 문화와 첨단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산업이다. 따라서 게임분야의 고급인력은 산업의 핵심경쟁력으로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젊은 여성인력들이 게임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일례로 무용을 전공했던 무용가가 게임업체로 대표로 일하면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다거나 게임의 불모지로 생각했던 여성 게임시장을 목표로 여성이 대표으로 있는 개발사에서 여성용 게임을 개발해 시장에 큰 반응을 일으켰던 것 등이 이를 방증한다. 이렇듯 게임산업이 문화산업의 꽃을 피우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성인력의 게임분야 진출이 동반돼야 한다.

 여성의 섬세함과 뛰어난 통찰력은 게임산업의 특성상 게임시나리오나 게임개발, 게임디자인 등 많은 부문에서 특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게임개발 부문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앞으로 게임은 다양한 부문으로 영역을 넓혀가게 된다. 이미 국방·항공 등에서는 게임을 이용한 모의 시뮬레이션 학습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게임과 여성산업의 접목도 머지 않았다고 본다. 미용·요리·육아 등 여성 전문분야를 소재로 한 게임개발과 여성이 한국게임산업의 핵심에 자리잡게 될 그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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