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는 더이상 컴퓨터 마니아나 전산 엔지니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동사무소, 은행, 심지어 자동차 안에도 정보화는 있고 우리가 복권을 사거나 열차표를 예매하는 바로 그 순간, 정보시스템은 작동한다. 이제 정보화는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고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학교와 가정에서 정보화 역군으로 뛰고 있는 e사회 리더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내 아이는 내가 지켜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유해한 환경에 놓여있는지 실상을 아신다면 지금처럼 느긋하게 TV 드라마나 보실 순 없을 거에요.”
어머니모니터단의 방정미 주부(39)는 지난해 자신의 두 딸들이 인터넷에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아이 몰래 들어갔던 청소년 전용 채팅방의 기억을 떠올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곳은 한마디로 별천지였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흉내를 그대로 내며 성매매 제의를 하거나 즉석에서 성적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영상 채팅을 통해 자신들의 몸을 보여주며 즐기는 아이들까지 수두룩했던 것. 포르노물에나 나올 법한 행위를 흉내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이들의 아이디를 도용해 들어온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성적 제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채팅방만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아이들은 온라인 고스톱이나 카드 등에 푹 빠져 도박중독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곳을 굳이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온갖 포르노물이 난무한 스팸이 아이들에게 쏟아져 들어온다는 거죠.”
박씨는 이런 실상을 주변에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이 위험하다고 하면 다들 과민반응이라고 치부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이 사용하는 메일을 수시로 열어 포르노 사진으로 도배된 메일들을 지우고 관리자에게 그런 메일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호소해왔지만 이런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머니모니터단을 자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알기 위해 일기를 몰래 훔쳐보기도 하잖아요?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해서가 아닌 거죠.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의 메일함도 살짝 열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박씨는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이승희)가 인터넷상의 불건전정보를 추방하기 위해 100명의 어머니들로 구성한 ‘인터넷 유해환경극복 어머니모니터단’에서 대표 관리자 역할을 맡았다. 지난 1일부터 위원회 홈페이지에 개설된 모니터방을 통해 모니터단 어머니들에게 불건전정보 검색요령 등을 일일이 알려주고 개인적인 상담도 하고 있다. 우선 이달에는 모니터단 어머니들과 함께 초등학생 채팅사이트에 대해 집중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어머니들이 인터넷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우리 아이는 착하고 순진해서 괜찮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세요. 순진할수록 그런 데 더 빠져들기 쉽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잘못된 길로 빠져든 아이를 보며 인터넷 탓만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박씨는 겉보기에는 열세살, 열살 난 두 딸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지만 알고 보면 아이들 뒷바라지와 살림을 하는 틈틈이 청소년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쳤고 최근에는 큰딸 유리가 쓴 동시 100여편을 묶어 동시집을 출판해준 열혈 엄마다.
박씨의 작은 실천이 우리 아이들을 인터넷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인터넷을 외면한 전국의 어머니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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