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가 고율 상계관세로 인해 받게 될 수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나 수출 이외의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에 필요한 자금조달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메모리 가격이 그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거액이 소요되는 설비투자 자금유치에 이번 판정이 치명적일 것이라는 점이다. 올해 하이닉스는 최소 1조원 이상을 기존 200㎜ 설비의 업그레이드와 300㎜ 신규 설비투자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내부자금으로 이를 충당하기는 불가능하다. 상계관세 예비판정이 나오기 전에도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추가 설비투자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여왔다. 채권단은 최근 실시한 채무 재조정을 재외한 추가적인 지원을 더이상 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어쩔 수 없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차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 판에 이번 판정은 하이닉스의 회생에 대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고 그 결과 대외 신뢰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어 설비투자 자금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설비투자 위축은 미래 경쟁력 저하와 직결되므로 자칫 이번 판정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설비투자 지연의 결과를 낳는다면 하이닉스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또 하나는 메모리 가격회복 여부다. 삼성전자·마이크론·인피니온·하이닉스 등 4강 체제의 세계 메모리업계는 가격폭락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으며 이 중 마이크론과 하이닉스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업계에는 어느 한 업체가 죽어야만 나머지 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번 상계관세 부과판정이 세계 반도체업계 특히 세계 D램업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IDC의 김수겸 수석 애널리스트는 “통상 9월이면 메모리시장이 최대성수기”라며 “하이닉스의 생존여부는 9월까지 얼마나 물량을 확보해내느냐와 메모리 가격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정상화를 고대해온 국내 반도체장비 업계나 재료업계 역시 후폭풍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이들 업계는 올해 불황극복의 수단으로 하이닉스의 투자를 손꼽아 기다려왔지만 투자가 지연되거나 축소될 경우 장비 및 재료의 매출감소로 이어져 또다시 불황에 늪에 빠져들게 된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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