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 시장에서 제조업체 영향력 증대

 이동전화단말기 업계의 자가 유통망 활용이 증가하면서 이동통신사업자 중심으로 움직여 온 단말기시장 판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가 3월 자가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 단말기가 26만대에 달해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유통모델의 비중도 3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동전화단말기 유통시장은 사업자들이 단말기를 구입해 자사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는 비중이 전체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사업자 영향력이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활황기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유통모델 비중이 30%까지 올라가면서 시장에 미치는 제조업체의 영향력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월 현재 국내 단말기시장 규모는 2월(102만대)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88만대로 집계됐으며 이 중 유통모델 판매량이 26만대를 기록, 비중은 29.5%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47만대의 전체 판매량 중 19만대 가량이 자사 대리점을 통해 판매돼 유통모델 비중이 40%대를 넘어섰으며 LG전자도 전체 24만대의 판매량 중 7만대를 자가 유통망을 통해 소화했다. 이같은 변화는 재고 휴대폰 문제로 고심중인 사업자들이 신규 단말기 구매를 크게 축소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는 3월 전달에 비해 약 10만대 줄어든 60여만대의 단말기를 제조업체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업자 구매량이 줄어들자 제조업체들이 마케팅 프로그램을 강화하며 자가 유통망을 통한 판매를 늘리고 있는 것도 시장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4∼5월에도 보조금 사용을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의 여파로 시장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업자 구매량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반면 제조업체 유통모델 판매량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단말기 등록 지연, 할부판매 제외라는 수단을 동원해 제조업체의 유통모델 확대를 견제해 온 이통사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제조사의 유통망 강화도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보조금 금지 이후 사업자들의 마케팅 정책이 위축되는 반면 제조업체들의 유통정책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제조업체들이 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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