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와 산업계·학계는 최근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 정부가 차세대 수종산업으로 육성키로 한 시스템온칩(SoC) 분야에 대한 대형 국책사업을 마련, 실리콘밸리 따라잡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대만 정부와 산·학·연의 ‘실리콘소프트(Si-Soft)’ 계획은 현재 추진중인 우리의 산업육성책보다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못한 경쟁은 백전백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주도면밀한 청사진=우리 산업계가 대만의 SoC 육성방안을 놓고 ‘근본적인 위협’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은 현지 산업계에서 고민하고 있는 안들이 정부의 정책과 조화롭게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또 산업구조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하는 청사진에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만의 자본과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시장진입은 보다 일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우리의 대응책이 10년이 지나도 대만과 중국에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도록 보다 큰 그림을 그려 인프라를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가 포스트 D램 시대에 대비해 SoC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백년대계로 마련한 시스템IC 2010사업이 5년여 만에 원점에서 틀거리를 짜고 있는 상황이다.
◇SoC로 구조개편 포석=대만이 구상하고 있는 향후 전자산업 전략은 반도체 부문의 전자수탁생산(EMS) 서비스 최강국이 구체적인 비전이다. 각 행정부처가 협력해 연구개발(R&D) 인력을 직접 양성하고 유망 설계벤처를 육성하기 위해 설계시설과 정보, 마케팅 지원 등 각종 인프라가 갖춰진 집적단지를 조성한다. 광전자 부품과 임베디드(내장형) 프로세서, 디지털컨슈머, 이동통신 등 주력으로 육성할 기술 및 응용 분야도 정했다.
◇한국, 방향타 없어 골몰=우리의 SoC 육성정책과 전략은 대만보다 일찍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스템IC 2010, IT SoC산업기반조성사업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마련해 꽤 많은 자원이 투입됐지만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오는 7월부터 2단계 사업을 시작하는 시스템IC 2010사업의 경우 사업단과 정부에서 나서 목표 재검검을 위한 여론수렴 작업을 진행중이다. 인프라 강화냐, 캐시카우(cash cow) 개발이냐를 놓고 열띤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D램 이후 한국 반도체산업의 방향성을 정하지도 않은 채 결과물 도출에만 급급하면 국책사업의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채수익 교수는 “정부의 육성방향은 인력과 기술·체계를 갖추는 산업기반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당장의 결과도출에 급급해 단기적인 연구결과나 상용화 여부만을 평가한다면 SoC산업 육성은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것과 비슷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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