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주가가 자사주 매입 가능 물량이 얼마 남지 않은 데 따른 부담감 등 수급 우려로 큰 폭 하락했다.
31일 거래소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28일 30만원선을 회복한 지 거래일 기준 하루만에 2만3000원(7.49%) 떨어진 28만4000원으로 마감됐다. 외국인들은 이날 103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반도체 관련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11일부터 시작된 삼성전자의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 거의 마무리돼간다는 우려감이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보통주 229만4000주, 우선주 34만8000주를 자사주로 매입한 상태며 남은 수량은 보통주 80만6000주, 우선주 12만2000주다. 하루 최대 자사주 매입 한도(취득 예정 주식수의 10%)를 기준으로 할 경우 약 사흘치가 남은 것이다.
김장열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수급상으로 주가를 지탱해주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예정분이 보통주 기준으로 26% 남은 상태”라며 “주가를 짓누르는 요인인 이라크전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반해 자사주 매입은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어서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매입 여력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악재 요인이 많았던 이날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신청하지 않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받았다. 현지시각으로 31일 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에 대해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할 것이 확실시됐고, 지난 주말에는 미국 증시가 경제지표 악화로 하락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유발될 가능성이 큰 상태였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미시간대 3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93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소비가 주춤하면 경기도 추락할 수밖에 없고 국내 기업들의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짙게 깔리고 있다. 이는 또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를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의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창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인 데다 26만원선에서 저가매수했던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에서도 차익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주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의 추가 하락을 불러일으킬 악재 요인은 산적해 있는 상태다.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더라도 전반적인 IT경기와 삼성전자의 실적 등 펀더멘털이 호전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그 첫번째 요인이다. 현재 IT경기 회복시기에 대한 전망은 4분기로 미뤄진 상태고 삼성전자의 1·2분기 이익도 작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삼성전자가 56.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에 대해 정부가 증자 규모를 2조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확대, 삼성전자의 카드사 지원 규모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다.
민후식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아직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가능분이 80만주 정도 남아있어 단기간으로는 주가 지탱요인이 되겠지만 이후에는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주가 상승 반전의 열쇠는 이라크전쟁이 언제 끝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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