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하지 못한 채 공방전이 계속되면서 3개월 이상의 장기전이 분명해지면 국제 유가가 40달러에 근접할 전망이다.
3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라크전 발발 이후 국제유가 동향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개전 직후 불확실성의 해소와 단기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가가 급락했으나 24일 이후 전쟁의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자 빠른 상승 추세로 반전됐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유가는 개전후 이틀 간은 단기전 기대감과 중동산 원유의 정상적인 공급 소식으로 8.3% 하락하며 3개월만에 27달러 이하로 내려갔으나 이라크 남부와 바그다드 인근에서 전투가 격화되자 24일부터 상승세로 반전, 4일 사이에 3달러 이상 상승하며 다시 30달러를 초과했다.
이후 전세가 연합국에 유리하면 하락하고 불리하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며 전쟁의 전개양상에 따라 국제유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개전 후 수일 만에 이라크산 원유 수출이 전면 중단되고 생산도 크게 감소, 현재 일일 약 200만 배럴의 이라크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공급되지 않는다.
또,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에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유혈종족분쟁이 격화되어 23일 이후 일일 약 80만 배럴의 원유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최근 유가상승에 일조했다. 나이지리아는 OPEC 전체 산유량의 약 8%에 해당하는 일일 약 2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당분간 유가는 매일의 전쟁 양상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이며 전황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이번주에는 28∼32달러 수준에서 변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장기총파업으로 1월에 일일 약 60만 배럴로 급감했던 베네수엘라의 원유생산량은 최근 약 280만 배럴로 증가, 파업 전 300만 배럴에 거의 도달했다.
전쟁양상 이외에도 이라크 유정파괴, 나이지리아사태, OPEC국가의 증산, 전략 비축유 방출여부 등도 단기적인 국제유가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유정파괴의 경우 예상보다 양호해 전후 3개월 정도 지나면 원유생산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며 나이지리아 유혈분쟁은 현재 일단 중단된 상태지만 선거가 실시되는 오는 18일까지는 여전히 분안정해 석유생산 정상화는 다소 시일이 필요하다.
OPEC 회원국들은 현재 개전 후 이미 쿼터를 크게 초과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유가 목표밴드 상한선인 28달러를 계속 초과하면 공식적인 증산 결정이 예상된다.
개전 전부터 유가가 하락추세를 보임으로써 걸프전과는 달리 전략비축유 방출을 하지 않던 미국이 장기전이 확실해지면서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전략비축유를 방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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