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독자적 GPS 구축 `급물살`

 유럽의 위치추적시스템(GPS) 구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과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의 독자적 GPS 구축사업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와 관련한 역할분담에 합의, 미국에 맞선 유럽의 GPS 구축사업이 본격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업본부는 독일에 설치하고, 이탈리아가 부책임자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일은 우주항공 분야 등을, 이탈리아는 엔지니어링 등의 사업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유럽간 갈등=GPS는 인공위성과 지상기지를 이용해 지상목표물의 지리적 위치를 정확히 추적, 송신하는 시스템으로 구 소련 붕괴후 세계시장은 사실상 미국에 의해 독점돼 있다. 미국과 구 소련은 당초 군사 목적으로 GPS를 개발했으나 소련 붕괴 이후 민간에도 개방돼 자동차·선박·비행기 등의 위치추적 및 위성항법 등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GPS 사용을 다른 나라 정부나 민간에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이용, 특히 군사·전략적 분야 활용에 최우선권을 주고 있다. 실제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GPS 이용에 장기간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은 GPS 관련 기술개발력 축적과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고 판단, 오래 전부터 독자적 GPS 구축을 희망해왔지만 미국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은 이중투자와 이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필연적이라면서 유럽의 독자 구축을 반대해왔다. 특히 미 국방부는 갈릴레오 시스템의 신호구조와 전파 주파수가 자국 GPS와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안보상 이유를 앞세우고 있다.

 ◇유럽 독자 GPS 추진=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들은 지난해 3월 갈릴레오 계획에 36억유로를 투입키로 하고 독일·이탈리아·영국·프랑스가 각각 사업단 지분의 17.5%를 갖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2월에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사업본부 설치 등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을 벌여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독·이 합의에 따라 그동안 미국이 강력하게 저지해온 유럽의 독자 GPS가 예정대로 출범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현재 지구궤도 상에는 인공위성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러 EU가 독자구축을 서둘러 발표한 이면에는 독·이 양국간 분쟁으로 개발이 더 늦어질 경우 EU가 국제통신연맹(ITU)로부터 인공위성 선회 자리를 배정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의미와 전망=유럽이 독자 GPS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미국의 독점시대는 끝나게 돼 이로 인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유럽 각국 정부와 업계는 GPS가 경제·과학적 측면뿐 아니라 정치적·군사전략적 측면에서 의미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독일과 이탈리아 양국은 합의사항에 대해 다른 EU국가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성제작에 18∼20개월, 발사준비에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EU는 이르면 오는 2005년 갈릴레오 프로젝트 위성을 발사하고 2008년부터 본격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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