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인사이드]톱 모델 가전CF 시대

 한 여자가 여유롭게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 배경은 아주 평화롭고 고급스런 어느 가정.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신비한 느낌을 주는 양문형 냉장고가 카메라에 잡힌다. 그리고 “여자라서 행복해요…”가 CF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몇 년 전 당시 최고의 여배우 심은하가 출연한 LG전자의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 CF의 한 장면이다. LG는 이 CF 하나로 디오스의 인지도를 크게 올렸다. 아직도 이 CF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인상적인 CF로 꼽힌다. 뒤이어 디오스 광고에는 김희선이 등장했고 최근에는 ‘올인’이라는 드라마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송혜교가 바톤을 이어받았다.

 LG전자가 심은하-김희선-송혜교로 이어지는 대표적 신세대 스타를 기용한 데 비해 삼성전자는 품격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표현할 톱클라스 모델들을 잇따라 발탁했다.

 삼성의 대표 프리미엄 가전인 양문형 냉장고 ‘지펠’ 광고는 우아하면서도 신비한 분위기의 이영애를 모델로 몇 년간 인기가도를 달렸다. 김남주도 품격을 강조한 모습으로 CF에 등장, 지펠을 갖고 싶은 제품의 하나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공헌했다. 삼성이 고급 백색가전 브랜드로 내세운 ‘하우젠’ CF 모델엔 채시라가 등장한다.

 이들 기업은 제품의 이미지와 판매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 때문에 억대의 모델료 지급도 마다않고 모델 선정과 CF 콘티에 공을 들인다.

 이처럼 LG와 삼성이 내세운 모델의 면면을 보면 당대 최고의 인기배우들임을 알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당대 최고의 여배우가 출연하고 싶어하는 CF는 화장품 광고였다. 기업들은 주고객인 여성 소비자들이 최고의 미인이 등장하는 광고를 본 후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 제품을 구입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제 당대 최고의 모델은 가전 CF에 등장한다. 억대의 모델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톱모델을 기용, 어느새 가정의 경제권을 쥐게 된(?) 주부의 감성을 움직여 구매욕을 자극하자는 것이다.

 과거 생활에 편의를 주는 기계에 불과하던 가전은 어느새 고급스런 디자인과 이미지로 주부들에게 있어 일종의 패션 성격까지 갖춘 필수 구매상품 목록에 편입됐다. 가전업계의 규모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케 한다. 백색가전이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던 90년대 후반을 생각하면 새삼 변화를 느끼게 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이제 고급스런 이미지 형성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가전업계의 남은 숙제는 이미지에 맞는 품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 고객의 만족도를 더욱 높이는 일일 것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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