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이야기](60)로봇, 붉은 훈장을 받다

 ‘우리 인민공화국에는 실업자가 한 명도 없소.’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실업이 없는 완전고용상태가 체제의 우월성을 나타내는 자랑거리다. 실업문제를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 병폐로 간주해온 공산권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산업용 로봇개발을 매우 등한시해왔다. 새로운 자동로봇이 공장에 들어와 노동자 10명의 작업량을 해치우면 정부가 생계를 책임질 10명의 실업자가 양산되기 때문이다.

 공산국가의 생산시스템은 애당초 원가개념이 없기 때문에 단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로봇을 도입할 필요성이 거의 없었다. 또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 수준도 자동화 생산설비의 도입 필요성을 반감시켰다. 그나마 동독, 소련은 초보적인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 여타 공산권 국가에 공급했다. 하지만 미국, 서독, 일본 등 서방국가와 비교하면 기술 수준이 한참 뒤졌고 노동자 위주의 공장시스템에 따라 최소한의 자동화 기능만 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사회주의 완전고용정책은 자동화 생산기술의 낙후와 경제시스템 전반의 비효율성을 심화시켜 결국 서방측의 승리를 이끄는 핵심요인으로 작용했다.

 옛 공산진영에서 그래도 선진국에 속하던 동독 근로자의 1인당 생산성은 통일 당시 서독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도로 자동화된 산업용 로봇설비는 자본주의 경쟁체제 고유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공산국가도 체제우월성을 과시하는 우주, 군사 로봇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 사례가 옛 소련이 70년 무인 달관측 로봇 ‘루노호트 1호’를 달표면에 착륙시킨 것이다. 이 우주로봇은 당시 미국의 아폴로 계획과 어깨를 견주는 기술수준으로 평가받았는데 정치적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국가예산과 기술역량을 거의 무한정 동원하는 공산국가 로봇개발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자본주의 물결이 한창인 중국은 요즘들어 완전고용정책을 포기하고 로봇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은 저임금 노동력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산업용, 퍼스널 로봇은 물론 달에 보낼 무인 우주로봇까지 개발하겠다고 전문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다.

 머지않아 개성공단이 구축되면 남한기업들의 자동화 생산기술도 북녘 땅에 도입될 전망이다. 북한 당국은 노동력 위주의 하청생산보다 남한의 첨단산업유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깔끔한 자동화 생산라인에서 로봇팔이 24시간 전자제품을 조립하고 공장벽면에는 위대한 지도자의 초상화와 붉은 바탕의 경제구호가 큼지막하게 걸릴 것이다.

 북한식으로 해석하자면 ‘노동계급을 극도로 착취하려는 자본가들의 반동적 음모에 따라 100% 무인화된 공작기계(로봇)’에 대해 북쪽 노동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혹시 생산목표를 초과달성한 영웅로봇이라고 노동훈장을 수여하지나 않을까.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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