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이라고 하기에는 표정이 너무 진지하다. 관절이 움직이기 때문에 다양한 자세 연출이 가능하다. 관심을 갖고 꼼꼼히 살펴본다면 얼굴이나 소품이 너무 사실적이고 정교하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른바 어른들의 장남감인 액션피겨(action figure)에 매료돼 수집마니아가 된 두명의 총각 CEO가 있다.
아이페이퍼즈의 안준한 사장(36)과 웹엑스 이상일 사장(31)은 디지털 세상의 중심에 있으면서 아날로그적인 액션피겨를 통해 잠시나마 동심에 빠져들기도 하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특별한 동기없이 우연히 보게 된 액션피겨에 매료돼 모으기 시작했다는 점, 곁다리 취미로 DVD 타이틀을 수집하고, 아직 총각인 데다 IT기업을 이끄는 선장이라는 점 등 두 사람은 여러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안준한 사장이 이끄는 아이페이퍼즈는 캐픽터와 플래시를 기반으로 하는 TV애니메이션과 콘텐츠를 개발하는 업체다. 안 사장은 2년전 인터넷에서 우연히 액션피겨 사진을 보고 반한 것이 마니아가 된 동기다. 그렇게 모으기 시작한 것이 현재 70여점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일본산이지만 어떤 것은 액션피겨 전문 디자이너가 직접 한정판으로 제작해 소장가치가 높은 것도 상당수 있다.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모으는 것은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주인공을 간직한다는 점이 액션피겨 수집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죠.”
회사를 이전하기 전까지 안 사장 책상 양쪽 벽면을 빼곡이 채우고 있었던 액션피겨는 손바닥안에 쏙 들어가는 스틱파스(stikfas)에서부터 50㎝에 이르는 마징가제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30㎝ 크기의 12인치 피겨. 종류도 많을 뿐더러 정교함이 다른 제품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디지털카메라로 독창적인 자세를 찍은 뒤 스토리를 만들어 인터넷 액션피겨 사이트에 올리는 맛도 쏠쏠합니다.”
어른이 무슨 장난감을 사느냐고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액션피겨를 보고도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웹사이트 개발업체인 웹엑스 이상일 사장도 우연한 기회에 액션피겨를 보고 매료돼 하나씩 사 모으며 보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는 키덜트족 가운데 한명이다.
“태권브이, 미래소년 코난 등 어린 시절 우리를 웃기고 울리던 그 만화속 캐릭터를 어른이 되어서 액션피겨로 곁에 간직하다 보면 그때 추억이 떠오르는 것 같아 좋습니다.”
이 사장이 모으고 있는 액션피겨는 주로 6인치.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귀엽고 깜찍한 것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정교한 6인치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한다.
“보통 한달에 20일 정도는 회사에서 먹고 잡니다. 회사생활이 대부분인 저에게 액션피겨는 어릴적 감성을 되살아나게 하면서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가 큽니다.”
그는 액션피겨와 함께 DVD타이틀 수집과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취미도 함께 갖고 있다. 그의 사무실엔 아예 홈시어터가 갖춰져 있고 1년동안 모은 DVD 타이틀이 약 140개가 넘는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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