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the News]이주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참여정부는 세계 일류의 IT산업국가, 지식강국, 정보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세계 일류의 연구원이 돼야 합니다.”

 4월 1일부터 정보통신정책의 브레인인 KISDI를 이끌게 될 이주헌(49) 신임 원장은 최우선 과제로 KISDI의 역할확대와 역량강화를 꼽았다.

 참여정부가 세계 일류의 IT국가를 지향하는 만큼 KISDI가 이를 이끄는 정책연구기관이 되겠다는 것. 이 원장의 이러한 구상은 현정포럼 활동을 통해 그려낸 참여정부 IT정책의 실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원장 후보가 되면서부터 주변의 지인들을 만나 향후 KISDI의 역할에 대해 숙의해왔다는 이 원장은 인터뷰를 시작하자 A4용지 서너장에 깨알같이 정리해 놓은 구상을 꺼내 놓았다. 각 부문별로 KISDI의 현재에 대한 진단과 미래의 과제를 꼼꼼히 정리해 놓은 보고서였다.

 “KISDI는 그간 통신정책에 집중된 연구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국정과제 전반에 걸친 정보기술(IT) 전략을 연구하는 브레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원장이 구상하는 KISDI의 지향점은 통신정책 중심에서 IT국정과제정책 중심으로, 정책개발에서 정책선도로, 분석중심에서 연구중심으로, 국내연구에서 국제적 연구기관으로, 정보지원기능에서 지식제공기능으로 방향을 조정했다.

 또 안으로는 정책공급에 그치지 않고 정책가를 양성하는 등 역량을 강화하고 밖으로는 정통부에만 정책을 제공하는 유관기관에서 벗어나 범국가적 IT브레인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 원장은 정통부 과제만 주로 해온 연구의 범위를 넓혀 다른 부처의 정책연구 과제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의 폭을 넓힌다는 구상에 따른 KISDI의 변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앞으로는 IT가 사회 전반에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복지국가, 유비쿼터스 사회 등 IT를 매개로한 사회의 변화를 연구하고 정책적 수단을 내놓기 위해서는 KISDI가 여러 분야를 선도하는 장기비전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 원장은 IT를 기반으로 한 미래 한국의 사회, 정치, 행정, 문화의 변화를 설계하는 연구센터를 KISDI내에 설립할 계획이다.

 연구원들의 역량강화도 이 원장이 선결과제로 꼽은 부분이다. 현재 경제학자 중심으로 구성된 KISDI의 연구원풀을 이공계 석박사는 물론 정치학, 행정학, 교육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로 넓히는 한편 내부토론을 강화해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박사급 연구원중 여성을 확충하고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원의 비율도 늘린다는 생각이다. 외국 연구기관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 교환연구원제도 실시할 방침이다. 해외추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연구를 위해서다.

 “IT를 잘 아는 정책전문가가 많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KISDI 연구진을 IT전반과 정책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풀로 양성하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KISDI 역량강화는 물론 IT정책 브레인의 양성소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량강화는 전문인력 배출과도 맞닿아 있다. KISDI에서 양성한 IT정책 전문가들을 배출해 지방자치정부나 기업의 정책전문가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 원장의 구상이다.

 “IT정책대학원 설립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나라의 학생들을 IT정책 전문가로 양성한다는 구상입니다. 이 구상은 참여정부의 국정과제인 동북아 중심국가 실현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KISDI의 독립성 강화도 이 원장의 과제다. KISDI는 600억여원의 기금이 있다는 이유로 한해 예산의 10% 정도만 정부로부터 받고 나머지는 자체 수익사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통부의 위탁과제와 KT, SK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의 위탁과제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업자의 위탁과제 수행을 통해 상당부분 예산을 충당하는 것은 통신재벌 우호적 정책이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KDI는 예산의 80% 가량을 정부출연금으로 충당합니다. 연구의 독립성을 꾀하는 동시에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충실한 연구지원을 하려면 예산중 출연금의 비중을 50%까지 올려야 합니다. 예산의 독립과 함께 연구원의 자율을 보장할 것입니다. 자유롭고 공정하게 연구결과를 내되 그에 대한 책임도 확실히 하는 연구원내 문화를 만들겠습니다.”

 규제정책과 관련해서 이 원장은 통신과 금융, 방송 등 기술과 시장의 융합추세에 맞는 규제의 완화를 강조했다. 기술의 융합시대에 발맞춰 정책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 이 원장은 통신시장의 논란거리인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LM시장 개방, 망공동활용제 등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업자의 발목을 풀어줘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고 그것이 우리나라 IT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책의 기본방향은 규제일변에서 시장자율로 변화해가야 합니다. 규제의 이유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이끌기 위한 것이지만 규제일변도의 정책은 시장의 자율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연구담당자들과의 밀도높은 논의를 한 뒤 방향을 정해야 하겠지만 기본방향은 규제완화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장자율을 기본방향으로 하되 규제와 산업촉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연구원들과의 토론을 거쳐 정책의 원칙을 세울 것입니다.”

 이 교수는 격식을 따지지 않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지만 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심사숙고형이다. 그러나 자신의 구상을 밝히는 대목에서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대학 교수였던 부친이 민주화운동과 연루돼 가족이 모두 도미하는 바람에 목포고를 중퇴하고 고등학교부터 미국에서 다녀야 했던 과거는 그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 IT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보조를 맞춰온 그가 IT정책의 두뇌인 KISDI의 수장으로서 보여줄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54년 전남 진도생 △75년 미 미시시피주립대 전자계산학 학사 △77년 버지니아주립공대 산업공학 석사 △83년 일리노이공대 경영정보학 박사 △78∼83년 미 벨연구소 정보통신분야 연구원 △83∼85년 금성반도체(현 LG정보통신) 연구본부장 △85∼86년 금성소프트웨어(현 LG CNS) 연구소장 겸 사업본부장 △86년∼현재 한국외대 경영정보대학원 교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초대심의위원장 △정통부 정보통신정책 평가위원 △한국데이터베이스 학회장 △한국객체기술연구회 회장 △정보화성과평가연구회 회장 △노무현 대통령후보 IT특보 △대통령직 인수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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