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이라크 통신 CDMA 방식으로

　전후 이라크 복구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 의회에서 이라크의 무선통신 인프라를 CDMA 방식으로 구축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럴 이사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과 미 국제개발처(USAID) 웬디 챔벌레인 행정관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전쟁이 끝난 후 ‘제로(0) 상태’인 이라크의 무선통신 인프라는 유럽방식인 GSM보다 CDMA를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사 의원은 “미국민들의 일자리가 고갈상태로, 선택은 미 정부에 달려 있다”면서 “만일 이라크 무선통신 인프라가 CDMA 방식으로 구축될 경우 미국 업체들이 장비를 미국에서 개발할 것이고 실업자 구제는 물론 미국 통신업계의 조기 회복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사 의원은 나아가 GSM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경우 쉽게 도청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이라크 복구에 대한 미국 업체들의 애국심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사 의원의 서한에는 미국내 상·하원 의원 50명이 공동으로 서명한 바 있어 의회내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만약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대부분의 CDMA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퀄컴사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통신업계에서는 “GSM을 사용하는 유럽 각국에 대한 미국측의 반발”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유럽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GSM기술이 이라크에 보급되면 프랑스·독일 등 이라크전에 호의적이지 않은 국가에서 제작된 장비들을 구매하게 되는 데 따른 미국측의 견제일 뿐”라고 폄하하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 GSM 장비업체는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프랑스의 알카텔, 독일 지멘스 등 유럽지역에 몰려있고 캐나다의 노텔네트웍스, 미국 루슨트 등 미주 업체들은 많지 않다.

　또 일부에서는 지난 2001년 10월∼2002년 10월까지 퀄컴이 그의 캠프에 적잖은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면서 이사 의원 주장의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사 의원은 “유럽에 대한 혐오감에서 나온 발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 프랑스 감정이 아니라 미국 경제에 대한 애정이 강하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정부는 미국 표준을 선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