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전략·모델 연구](6.끝)뉴비즈니스 모델

 가상조직이란 ‘새로운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가상조직은 비즈니스의 수행방식(mode)을 나타내는 개념이지 수행주체(entity)를 나타내는 개념이 아니다. 따라서 가상조직에 대한 이해는 앞으로 비즈니스방식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방식을 넓은 의미에서 뉴 비즈니스 모델이라 부른다.

 비즈니스 방식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제기되는 질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비즈니스의 구성요소, 즉 비즈니스 가치창출의 주체가 누구이며 이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대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 주체들이 가치창출을 위해 어떻게 기능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전자를 비즈니스의 구성원리, 후자를 비즈니스의 기능원리라고 한다면 가상조직이란 결국 이 두 비즈니스 수행원리에 있어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 변화를 서술하는 개념이다.

 우선 비즈니스의 구성원리를 살펴보자. 현재 소위 디지털경제 시스템을 구성하는 비즈니스 주체에 있어서는 두개의 상반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소위 해체의 경향으로서 비즈니스 주체가 보다 세분화된 단위 주체들로 쪼개지는 현상이다. 이러한 해체는 전통적 기업이란 테두리에 묶여 있던 자원 및 역량들이 개별 자원과 역량으로 분해되고 이러한 개별 자원과 역량을 공급하는 단위 주체들이 등장하면서 나타난다. 이러한 단위 주체들을 e랜스(lance)라고 부르고 있다.

 반면 이러한 해체 못지않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 군집의 현상이다. 비즈니스 클러스터 등장, 고객의 커뮤니티화, 계열과 비즈니스 에코시스템 대두, 경제 블록 형성 등은 비즈니스 활동의 주체가 보다 상위단위로 집단화, 복합화 됨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비즈니스 주체간 관계를 살펴보자. 비즈니스 주체의 해체와 군집이 진행됨에 따라 주체간 관계 역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 변화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정리된다. 하나는 관계의 양적, 구조적 변화에 따른 관계의 네트워크화다. 즉, 종래 주로 단일 산업, 업종의 테두리 안에서 소수의 공급자 혹은 수요자 사이에 제한적으로 존재하던 기업간 관계가 산업-업종의 경계, 공급-수요의 사슬고리를 뛰어넘어 그 폭과 범위가 확대된다. 이제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는데 있어 제약이 없으며 관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해진다. 이는 구조적으로 보면 종래의 순차적 관계 모형에서 네트워크 관계 모형으로의 변화다.

 비즈니스 주체간 관계는 질적, 내용적으로도 변화한다. 이 변화는 한 마디로 관계의 코프티션화로 부를 수 있다. 즉 과거에는 경쟁이 관계의 유일한 코드인데 반해 이제는 경쟁과 협조가 공존하는 관계가 비즈니스 관계의 주된 내용이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코프티션 관계는 각 비즈니스 주체가 비즈니스는 하나의 생태계이며 따라서 상호 밀접한 영향 관계 하에 놓여 있고 소위 공동진화(co-evolving)의 궤적을 그리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의 기능원리를 살펴보자. 즉 비즈니스의 목적을 가치창출이라고 했을 때 이 목적달성을 위해 어떠한 영역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기능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비즈니스 가치창출은 소위 변환과 연결 두 영역에서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변환은 투입물을 산출물로 변환시키는 직접적 가치창출 기능을, 연결은 창출된 가치의 이동이라는 부가적 가치창출 기능을 나타낸다. 특히 디지털경제 하에서는 보다 많은 가치가 이러한 부가적 연결기능을 통해 창출된다.

 이상으로 가상조직을 규정짓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가를 비즈니스의 구성원리와 기능원리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을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이 곧 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성현 국민대학교 비즈니스IT 학부 교수>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