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57)우당탕탕 재동이네-1

 ‘우당탕탕 재동이네’는 아툰즈의 숨통과 같은 작품이었다. 꼭 해야하지만 잘못하면 아툰즈가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시작했다.

 ‘주부를 위한 가족시트콤 형식의 1분30초 분량의 48편 웹애니메이션 시리즈’. 공동제작사인 하나로통신에 제안했던 ‘우당탕탕 재동이네’ 기획안의 기본 컨셉트였다. 하나로통신 포털사이트의 프로모션 콘텐츠로 기획된 것으로, 스폰서를 확보하고 저비용으로 제작해 리스크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타깃을 주부로 한 것은 통신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고, 서비스되면서 자연스럽게 타깃은 어린이 및 유아로 옮겨갔다. 애니메이션의 타깃으로 주부는 너무 멀리 있었지만 제작비를 지원받기 위해선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했다. 그래서 하나로통신에 현재 타깃은 네티즌이지만 2∼3년 후엔 주부일 것이라고 설득했다.

 솔직히 하나로통신과 계약 후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캐릭터 사업에 뛰어들게 한 것 아닌가’해서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그리고 두둑한 이자를 얹어 돌려주리라,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국내 드문 성공사례를 만들고, 대기업을 참여시켜 애니메이션 산업의 덩치를 키우는데 한 몫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열심히 만들었고 계약 내용과 상관없이 캐릭터 사업의 발판을 마련해나가도록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TV 방영이 가능하도록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 플래시 작업에 셀애니메이션 방식을 혼용했다. 원동화는 직접 그리고, 컬러링과 편집작업에 플래시를 사용했다. 1분30초이던 편당길이를 3분, 4분, 긴 건 7분까지, 조금씩 늘려나갔다. 지상파방송용으로는 최소 5분은 되야 정규 편성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40편이 완성돼 48편 시리즈의 끝이 가까워질 무렵, EBS에서 정규 편성을 하겠다고 가계약을 해주었다. SBS에서도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격려해주었다. 그래서 결국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의 지상파방송 정규 편성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사이트에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 편성에 맞춰 편당길이를 2∼3배 늘려 제작해야 하는 현실은 ‘재동이네가 방송탄다’는 희망 속에서도 가혹한 것이었다. 연기될 수 없는 일정과 퀄리티, 제작 시스템의 불안정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왔다. 웹 서비스용으로 최소화한 용량은 방송용에서는 퀄리티 문제로 나타나 배경을 보강하고 오디오는 재믹싱을 해야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모르는 2D 애니메이터들의 원동화 작업은 플래시 애니메이터들에게 불필요한 고생을 하게 했다.

 다행한 일은 부담스러웠던 시나리오 작업이 후반으로 갈수록 쉬워지고 소재가 풍부해졌다는 것이었다. 처음 작가에게 일임했던 시나리오는 재미가 없었다. 짧은 길이에 어울리는 반전의 재미가 부족했고, 재미 요소인 육아전쟁의 리얼리티와 극적 과장도 역시 부족하고 어색했다. 일주일에 한편, 그 일정을 놓치지 않으면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했으므로 작가를 보강하는 일이 시급해졌다. 하지만 작가는 쉽게 나타나주지 않았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주부들의 사이트를 뒤지는 일이었다. 주부 작가를 찾기 위해 시작된 웹서핑은 의외의 성과를 가져왔다. 평범한 엄마·아빠들이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전문작가가 끙끙거리며 꾸며낸 시나리오보다 더 재미있었던 것이었다.

 공공의 장소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심정을 담은 ‘오늘도 무사히’ 편이나, 성에 대한 호기심을 다룬 ‘재동이 성에 눈뜨다’ 편은 그렇게 애니메이션화됐고, ‘호박 같은 간호사’ 편이나 ’뽀뽀는 안돼요’ 편 등은 아예 주부 시나리오 공모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서비스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주제가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 주부들의 최대 관심사 ‘육아전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이진희 아툰즈 대표 jini@atoon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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