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 산업 비상이냐 추락이냐](중)반도체

 이라크전/세계IT산업 추락이냐 비상이냐/중/반도체

 

 이번 이라크전은 본격적인 급반등을 기대하고 있던 반도체업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 데이터퀘스트, 세미코리서치, 퓨처호라이즌, VLSI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와 기관들은 당초 반도체 시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강한 반등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들어 일제히 시장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업계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3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 시장이 회복되는 것은 틀림없겠으나 성장률은 이전 회복기에 비하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반도체 업계의 침체를 불러왔던 막대한 재고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이라크전이 업계의 정보기술(IT)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지난 3년간의 장기침체로 막대한 누적손실을 떠안은 반도체 업계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반도체 업계로는 반도체 수요가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호황기때 누적손실을 완전히 만회해야만 하는 입장이지만 이 정도의 성장률이 반도체 업계가 받고 있는 경영압박 문제를 해소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시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세미코리서치의 사장인 짐 펠드한은 “IT분야에서 오래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의 교체와 인프라 업그레이드 등을 위한 수요가 억눌려왔다”며 “그러나 이라크전이 가시화되면서 경영자들이 투자결정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S&P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토토리엘로도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시장은 현재 초기 회복단계에 와있으나 아직 리스크가 남아있다”며 “반도체 업계 주식이 현재 저평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수개월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역시 이라크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소식통은 “소비자와 기업의 전자제품 수요가 어느 시점부터 되살아날지 가늠하기 어려워 사업계획 수립에 혼선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장비업계의 성장률 역시 올해 5∼10%에 머물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는 최근 고객이 현재 경기와 이라크 등의 지정학적인 변수를 고려해 주문을 늦추고 있다고 경고하고 전세계 공장 중 일부를 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가 또 하나 우려하는 점은 전쟁으로 인해 운임·보험료 인상 등으로 물류와 부대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휘발성이 강하다는 점을 들어 이라크전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깨끗이 마무리되면 수요가 급등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누적됐던 재고가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전자제품 수요가 늘어나면 전자업체들이 반도체 재고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지난 97년 1월 1일부터 2000년 4월 7일까지 나스닥복합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주식지수가 각각 244%, 106% 오르는 동안 S&P반도체장비지수는 1042% 폭등하는 등 주기적으로 수요가 급증·급감하는 휘발성을 보여왔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주요 시장조사 업체·단체별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단위:%)

 업체명 조정전 조정후

 SIA 23.2 21.7

 WSTS 21.7 16.6

 데이터퀘스트 12.1 8.9

 세미코리서치 30 23

 퓨처호라이즌 26.6 18

 VLSI 20 11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