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 모씨는 최근 집 전화요금 고지서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문도 모른 채 고지서에 찍힌 요금항목을 여기저기 문의해보니 뜻밖에도 자동응답서비스(ARS) 사용료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다그쳐봤지만 범인(?)은 아내였다. 인터넷 채팅에 재미를 들인 아내가 유료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요금을 ARS로 결제한 것이다. 결국 김씨 부부는 그날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최근 인터넷·유무선전화 등 신종 매체가 온라인 전자상거래 지불수단으로 확산되면서 빚어지는 해프닝이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지만 이제는 보편화된 전자지불서비스가 네티즌의 다채로운 온라인 생활상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채팅·영화 등 유료 콘텐츠의 경우 휴대폰 요금 통합결제나 ARS·폰빌 등 전화결제서비스가 가장 널리 쓰이는 분야다. 기껏해야 1만원 미만의 소액인 데다 전화요금에 합산고지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이 가운데도 휴대폰 결제는 청소년층 이상 네티즌이 거의 모든 유료사이트에서 폭넓게 쓰고 있는 수단이다. 젊은 직장인들도 성인사이트 등 은밀한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 유료서비스 등에서 애용하고 있다.
인터넷 유료화가 급진전되는 덕분에 휴대폰 결제 규모는 지난해 2500억원에서 올해는 48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RS(발신과금)나 폰빌(수신과금)은 아직 휴대폰이 없는 청소년층 이하에서 주로 활용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초등학생도 게임·채팅 등을 많이 쓰면서 ARS나 폰빌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방학기간에는 결제금액이 급증했다가 개학시즌과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부쩍 줄어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ARS 결제규모의 경우 지난해 600억원 정도에서 올해는 1000억원까지, 지난해 처음 선보인 폰빌은 올해 3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전화결제는 기본적으로 유무선통신 요금에 통합고지되는 탓에 소비자들로부터 잦은 민원에 시달리기도 한다. 자녀들이 무심결에 사용한 결제금액을 항의하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현재 휴대폰 결제의 경우 최고 월 5만원, ARS는 통상 2만원 수준에서 한도가 정해져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일반적으로 신용카드가 보편화돼 있다. 책·가전·선물 등 주종을 이루는 상품들이 보통 수만원 단위인 데다 무통장입금이나 계좌이체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신종 전자지불수단들이 네티즌의 새로운 경제생활을 반영할 만큼 대중화되고 있지만 정작 서비스제공업체들은 갈수록 취약한 수익구조에 시달리고 있는 것 또한 공통된 어려움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땅한 결제수단이 없던 초창기에는 온라인 상거래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인터넷 유료서비스나 쇼핑몰이 급성장하면서 오히려 힘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들과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신용카드사)의 틈바구니에서 수수료도 점차 박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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