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이라크와 북한의 차이

◆류영달 한국전산원 정보화지원단 수석연구원 ryooyd@nca.or.kr

 

 이라크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의 여러 가지 가변적 요소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지속되던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욱 명료해지고 구체적인 상황으로 변했다. 각 주체들은 각자의 입장에 맞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 주식이 상승하고 유가가 안정돼가는 것에서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선택방식을 알 수 있다. 즉 이전보다 예측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사람들은 모호하고 불안정한 상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라크전쟁은 개인이나 각 국이 오히려 분명한 행위의 선택을 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북핵문제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있는지 혹은 전략적 시위용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핵을 내세워 남북관계를 긴장시키고 다수의 국민에게 모호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향후의 상황에 대해 막연하게 불안해하고 이라크전쟁과 결부시켜 논쟁하기도 한다. 남북관계에서 이처럼 예측가능성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또한 이런 불확실성의 대가는 모두 우리나라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이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의 신용도를 한 단계 낮출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의 해소가 이라크와 같은 방법으로 시도돼서는 안 된다. 문제에 접근하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이라크와 북한의 상황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최근 남북한의 이산가족이 금강산에서 대규모 상봉을 하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방안이 발표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 위협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핵문제로 인해 안보 상황이 불안한 한반도의 평화를 확보하는 것을 현시점의 최대 국익으로 보고, 이를 위한 영향력 제고와 관련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상호공존과 신뢰에 바탕을 둔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대에 살고 있다. 냉전지역에서 평화정책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므로 이런 때일수록 냉정하게 판단하고,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는 현명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어느 한쪽의 입장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지거나 감정적이고 맹목적인 반대가 돼서는 안된다. 조화로운 선택이 필요하며, IT는 그 중요한 매개물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IT는 현시점에서 남북한이 모두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IT교류에서 기술적 논리도 중요하나 기본적으로 남북간 신뢰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북한이 우리에게 신뢰감을 보여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쟁점이며,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도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대로의 원칙이 필요한 것이다.

 IT교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빈번하고 의미있는 만남의 장이 만들어져야 하고, 여기에 경제적 효과도 따라야 한다. 다행히도 IT교류 활성화에 대해 다수의 기업가가 긍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핵문제 등의 이슈가 발생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며, 남북간 교류가 막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양방의 이익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IT교류를 통한 북한과의 협력증진은 우리가 지향하는 바며, 상호 만족을 줄 수 있는 적절한 대가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해서도 원칙을 요구하고 우리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한 원칙이 담보되는 상황에서 서로의 안전과 평화, 그리고 경제적 번영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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