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백 현황
경쟁사 제품을 자사 제품으로 대체하는 ‘윈백(win back)’ 영업 열기가 올해도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다국적 기업들은 아예 윈백 영업 전담팀을 구성해 노골적으로 윈백 사이트 확보에 나섰는가 하면 국산 솔루션업체들이 우수한 성능과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외산제품을 밀어내는 데 성공하는 사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들어 윈백 영업이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공공기관의 경우 신정부 출범으로 예산 배정이 늦어지면서 상반기 뚜렷한 신규 수요처를 발굴하기 어려운 데다 IT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격 인하를 무기로 경쟁사 사이트를 공략하는 전략이 어느정도 적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다국적 기업의 경우 이미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지금까지 주력해오지 않았던 중견·중소기업(SMB)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윈백 영업을 표면화하는 등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해 윈백 어카운트팀을 신설하고 중소형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을 집중 타깃으로 윈백 고객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썬도 이에 질세라 한국IBM이 강세를 나타내온 메인프레임 시장에서 본격적인 윈백 영업에 착수,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의 경우 지난 20여년간 IBM 메인프레임을 정보시스템의 근간으로 사용해오다가 확장성이 뛰어난 썬의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솔루션업체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SAP코리아는 기존 솔루션에 대한 교체 욕구가 있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등을 대상으로 한 윈백 영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제일제당, SKC&C 등을 잇따라 윈백 사이트로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사이베이스도 삼성카드 기업용 데이터웨어하우징(DW) 분야에서 경쟁사 제품을 밀쳐냈으며 BEA시스템즈코리아도 LG·SK그룹 등 대기업의 오라클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를 자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솔루션 업계의 윈백 경쟁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양상을 띠고 있다.
윈백시장에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이슈는 국산 솔루션 기업들의 약진이다.
국산 기업들은 그동안 외산 텃밭이었던 각종 IT솔루션 시장에서 외산에 뒤지지 않는 향상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외산을 대체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산 미들웨어 분야의 대표기업인 티맥스소프트가 최근 연간 2조원대 여신을 운영하는 전북은행의 계정계·정보계·대외계 정보시스템에 쓰이는 외산 트랜잭션 모니터링 솔루션을 자사 제품으로 대체한 것은 국산 제품의 대형 금융기업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소프트파워 역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ERP 윈백에 성공하면서 엔터프라이즈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와 함께 그룹웨어 시장에서도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윈백 영업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자부 신사무 규정에 따라 올해부터 모든 공공기관들이 지난해 전산원이 위탁 실시한 인증시험을 통과한 제품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정보공학·나눔기술·쌍용정보통신 등 인증을 획득한 기업들은 공공 그룹웨어 시장에서 50% 가량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핸디소프트의 기존 사이트를 차지하려는 윈백 영업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대형 신규 수요가 창출되기 어려운 데다 기업들의 업그레이드 수요와 기존 솔루션 교체 욕구가 커지면서 윈백 사례가 지속적인 화두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웅진코웨이 `설계시스템`-다쏘시스템·한국IBM
“깐깐한 물 공급을 위해 깐깐한 3차원 제품 설계 프로세스 도입은 필수”
지난 89년 설립된 웅진코웨이(대표 문무경 http://www.coway.co.kr)는 연간 정수기 170만대, 청정기 75만대, 필터 1000만대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각 부문에서 50%를 상회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환경친화제품 전문기업이다.
이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배경에는 연간 매출액의 10∼1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고 특히 3차원 캐드캠 솔루션을 전면 도입해 제품생산 과정의 혁신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전 제품의 설계업무 전반과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환경기술연구소는 설립 초기에 오토데스크의 2D 제품인 오토캐드로 제품을 설계해오다 지난 2001년 5월 다소시스템과 IBM의 3D 캐드 솔루션인 ‘카티아V5’로 교체하면서 현재까지 전 제품을 카티아V5로 설계하고 있다.
카티아V5 도입 이전에 이 회사는 당시 2D에 익숙한 설계자들이 새로운 3D 툴을 익히는 데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3D 제품 도입 계획에 따라 이미 유니그래픽스 제품을 도입하기도 했으나 교육이 병행되지 않으면서 거의 무용지물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제품라인의 다양화에 따른 빠른 설계와 제품형상의 곡면화에 따른 3차원 설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3D 설계의 도입을 더이상 늦출 수 없었다.
웅진코웨이는 2001년 1차로 카티아V5R6 4카피를 도입한 데 이어 2002년에 2차로 카티아V5R9 7카피를 도입, 환경기술연구소에서 출시되는 전 제품을 카티아로 설계함으로써 2D 설계 기반을 3D로 완벽히 전환했다.
2001년에 처음 도입된 카티아V5R6 4카피는 모델링과 외부 표면(스킨)을 만드는데 적용됐으며, 2002년 V5R9 7카피를 추가 도입해 모델링·간섭체크·포장설계·설계검토 등에 적용하고 있다. 3D로 설계가 이뤄지기 때문에 디자인 리뷰에 있어 타 부서 작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설계자를 비롯한 관련자 전원이 설계를 공유할 수 있다. 또 이를 토대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교환함으로써 설계 오류를 줄이는 등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설계 의도를 정확히 보여줄 수 있고 디지털목업(DMU)이 가능하며, 부품에 대한 구성도와 섹셔닝을 보여줄 수 있다. 성형을 해석했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3D로 설명할 수 있으며, 구조응력과 응력분포가 어떻게 되는지 등 최적의 해석결과를 도출할 수 있게 된 것은 카티아V5 도입으로 인해 크게 향상된 점이다.
해석의 경우 3D 데이터를 즉시 금형업체로 넘김으로써 해석 결과까지 받을 수 있게 됐는데 이는 2D 도면으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이를 계기로 보다 정밀한 자체 해석을 위해 올해 또는 내년에 카티아V5 해석 제품을 구입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외에도 이전 버전인 카티아V4는 표면은 잘 나오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는 데 반해 V5는 솔리드 접근방식으로 바로 결과를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곡면을 쉽게 처리하고 설계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웅진코웨이는 현재 카티아V5의 P2 제품인 MD2(Mechanical Design 2)를 사용하고 있는데 향후 최고 전문가 레벨인 P3에 대한 트레이닝을 거쳐 보다 고급기능으로 한층 더 정교한 설계를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티아 도입 초기에 3D 설계 정착에 중점을 두었던 이 회사는 사내 표준화, 데이터 공유 및 활용을 통한 플랫폼, 설계표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지식기반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숙련도에 관계없이 기술 노하우가 집약된 최상의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환경기술연구소에 카티아V5가 완전히 정착되면 카티아V5와 완벽히 통합되는 제품데이터관리(PDM)를 추진하면서 전사적인 시스템 통합화를 구현할 예정이다. 그후 충남 공주 유구에 있는 공장에 디지털 매뉴팩처링 솔루션을 도입, 디지털공장을 구현함으로써 이른바 제품의 전 라이프사이클을 디지털화, 관리하는 원대한 목표를 실현할 계획이다.
<인터뷰>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정진석 차장
“이미 유니그래픽스 제품을 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티아V5를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 제품이 윈도 기반이어서 일반 PC에서도 구동이 자유로운 데다 제품의 실질적인 활용을 돕기 위한 성실한 교육과 기술지원이 따랐기 때문입니다.”
카티아 도입 프로젝트를 추진한 정진석 웅진코웨이 환경기술연구소 차장은 “특히 카티아는 배우기 쉬워 실제로 파일럿 프로젝트 하나 정도만 수행하면 직접 실제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다”며 “향후 카티아V5로 부품 모듈화 설계가 완성되면 제품 개발기간을 20∼25%까지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도입 효과를 강조했다.
정 차장은 “2D로 설계를 할 때는 타 부서에서는 도면을 볼 줄 모르기 때문에 설계검증이나 구매검증 등 생산이나 품질라인에서 제품을 검토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를 말끔히 해소했다”며 “금형업체에는 3D로 데이터를 전송해 주기 때문에 금형작업을 상당히 단축시키고 카티아V5의 자유로운 곡면처리기능으로 보다 세련되고 훌륭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정 차장은 카티아V5 인력 확산으로 신입직원들도 카티아V5를 쓸 수 있게 되면서 기술 간극을 극복하고 경력사원들과의 상호 협력관계 속에서 발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향후 확장계획에 대해 정 차장은 “웅진코웨이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IT혁신 5개년 계획을 준비하면서 차후 PDM과 디지털매뉴팩처링 솔루션을 도입할 것”이라며 “이제 3D 캐드는 단순한 작업툴이 아니라 향후 지식기반 시스템을 구축하는 토대”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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