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늦은 저녁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한 카페에 수더분한 모습에서깔끔한 차림에 이르기까지의 20∼30대 젊은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간혹 눈에 띄는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년도 허물없이 한자리에 둘러앉았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이화여대 출신 벤처인들의 모임인 ‘이대IT(회장 김해련 아이에프네트워크 대표)’의 정기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이다.
동문 여성기업인간 협력과 후배들의 사회 진출을 후원하기 위해 결성된 동문회답게 정례모임 때마다 생생한 경험담과 치열한 질의응답은 밤늦은 줄 모르고 이어진다. 2000년 처음 결성된 모임의 회원은 300명. 전문상담원(멘토)과 피상담원(멘티)을 끈끈히 이어주는 멘토링제도를 십분 활용해 학번 차를 초월한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경영학과 82학번 출신인 이서영 제니스스타일카페 사장은 “그동안 대졸 여성들을 주축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마땅한 커뮤니티가 없었다”며 “이화IT는 학교를 매개로 선후배를 끈끈하게 맺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2000년 시작된 벤처업계 불황에 따라 급속히 움츠러들던 대학 동문 벤처 CEO들의 모임이 최근 다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헤란밸리에 입성한 많은 벤처기업이 하나 둘 문을 닫거나 규모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학 동문 벤처모임들은 정기적인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면서 회원들을 굳게 결속시키고 있다.
경영분야로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연세대에도 벤처 동문모임이 있다. 디지털시대의 아날로그 모임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연세벤처포럼(회장 김준희 이피플컨설팅 대표)은 유달리 회원간 학번 차가 크다. 아버지뻘 되는 60학번부터 아들뻘인 99학번 졸업생까지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세대차가 있을 법도 하지만 대화에 격이 없는 이들에게는 ‘생물학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연세벤처포럼은 전문세미나 수준의 정례모임을 갖고 있지만 종종 선후배간 일자리 알선, 동문기업간 M&A거래도 오간다.
테헤란로와 KIAST를 합친 이름을 가진 카이스트 출신 벤처인들의 모임 테카(회장 강희구 아이에프네트워크 이사)도 빠질 수 없다. 지난 99년에 결성된 이 모임도 회원 300명을 가진 만만찮은 조직이다. 회원 모두가 기술분야 전문가인 만큼 분기마다 열리는 정례모임은 웬만한 관련 기술 분야 전문 세미나와 맞먹는 수준이다.
최근 이들 동문벤처인들의 모임은 단순 친목 수준에서 벗어나 컨설팅·사업 협력·전문세미나를 운영하면서 출신 학교별로 저마다 개성을 보이고 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렇게 어려울수록 서로의 힘이 되자는 게 이들 동문벤처인들의 묵계다. 연세벤처포럼의 경우 지난달 모임에서 건축과 70학번 졸업생 박재근 하이프로컨설팅 사장이 강사로 나서 ‘리더십 유형분석과 대처방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테카도 얼마 전 모임에서 모바일 관련 산업 동향에 관한 세미나를 열고 최근 업계 동향과 기술 흐름을 놓고 회원들은 깊이있는 정보를 교환했다.
이들은 또 자칫 폐쇄적으로 흐를 수 있는 동문회 분위기를 다른 벤처 모임과의 교류를 통해 일소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화IT와 함께 신년하례식을 가진 테카 강희구 회장은 “비슷한 뜻을 가진 다른 모임과 교류가 잦아지면서 M&A 추진, 인력 교류 등 결성 초기에 예상치 못한 시너지효과를 낳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화IT 초대 회장인 정혜숙 링크인터내셔날 사장은 “경기가 침체될수록 기업간 활발한 정보교류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친목에서 벗어나 실제 인재 확보와 공동사업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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