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대만 불량 부품 문제 폭로한 보고서 `눈길`

 컴퓨터 제조회사가 납품회사에 최저가 납품을 강요하면 부품가격이야 떨어지겠지만 지나칠 경우 납품회사의 비용절감 노력이 도를 넘게 돼 불량부품을 납품받을 수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 값싼 부품을 써야 품질과 가격면에서 가장 좋을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용감한 시장조사 연구원이 폭로한 기업기밀 절도, 이에 연유한 불량 부품 등에 대한 사례보고가 주는 교훈이다.

 격월간 ‘수동소자산업’의 시장조사 연구원인 데니스 M 조그비는 지난해 9월호에 경악할 만한 보고서를 게재했다.

 조그비는 보고서를 통해 대만 일부기업이 제조한 알루미늄 전해질 콘덴서의 불량률이 유난히 높다고 지적했다. 알루미늄 전해질 콘덴서는 TV 수상기와 전축 등 대형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데스크톱PC의 주기판 등에도 널리 사용되는 부품이다.

 전기를 저장하는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는 전해질이라는 특수액체를 소량 담고 있는 작은 통으로 2개의 전선에 의해 회로판에 접속돼 있다. 보통 PC 주기판 1개에는 40∼60개의 전해질 콘덴서가 연결돼 있다. 콘덴서 중에는 액체가 없는 콘덴서도 있다. 예를 들어 노트북 컴퓨터는 전해질이 없는 콘덴서를 사용한다.

 그의 보고서가 더욱 놀라운 것은 콘덴서의 불량 원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일본 전해질 제조업체의 직원이 자사제품 제조비밀을 훔쳐 대만의 일부 콘덴서 제조업체에 판매했는데 그가 비밀문서를 제대로 복사하지 못해 잘못된 제조방법을 넘겨줬다는 것이다.

 불량 콘덴서의 액체 전해질은 서서히 기체로 변하며 결국 콘덴서 폭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 콘덴서 폭발후 잔존 전해질은 PC 주기판에 흘러 누전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 같은 사고는 TV나 전축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조그비의 보고서는 잔잔한 연못에 떨어진 조약돌처럼 일파만파의 후폭풍을 몰고 왔다.

 대만의 전자부품 업계는 보고서의 동기가 불순하다며 그가 대만업체에 먹칠을 하려는 일본 경쟁사들의 사주를 받았다는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나 그는 주기판이나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전해질이 새는 콘덴서 때문에 제품 고장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해줘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IBM의 PC사업부 홍보담당자인 레이 고먼은 “콘덴서 불량으로 인해 PC를 AS한 적이 있으나 이는 자사 PC의 1% 미만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또 대만 주기판 업체의 미국 자회사인 에이비트USA의 홍보담당자 제러미 스미스도 불량 주기판이 많지는 않았지만 콘덴서 공급선을 대만에서 일본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델컴퓨터, 휴렛패커드 등은 불량 콘덴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PC업체들이 밝힌 대로 불량 콘덴서 문제가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업계는 조그비의 보고서를 통해 큰 교훈을 얻게 됐다. 조그비는 “일부 회사는 중국의 가격에 서구의 품질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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