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콘텐츠업체(CP)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무선CP들은 지난해까지 100%가 넘는 매출증가를 실현하며 고성장했지만 지난해말부터 온라인 및 오프라인업체들의 무선인터넷 시장 진출에 따른 경쟁심화, 저작권 사용료 부담 등으로 사업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수익성 악화는 물론 내년초 정도면 상당수의 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무선CP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우선 유무선 경계가 사라지는 데 따른 무한경쟁이다. 유명 온라인 및 오프라인업체들이 잇따라 무선인터넷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무선CP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예기획사나 음반사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콘텐츠를 소유한 업체들의 무선인터넷 사업 진출이 눈에 뛴다. 판당고코리아, JYP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기획사는 물론 음반사들까지 최근 무선인터넷 전담부서를 신설하거나 관련 인력 채용을 늘리면서 직접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태세다. 이들은 그간 무선CP에 음원이나 뮤직비디오 등 보유 콘텐츠를 제공하고 저작권만 관리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왔으나 최근 서비스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벨소리, 통화연결음, 주문형비디오(VOD) 등 무선인터넷을 통한 서비스가 음반 등 기존 오프라인 시장 규모를 추월할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반 등 오프라인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무선인터넷을 통해 수익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저작권 사용료 부담으로 무선CP들의 사업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저작권을 소유한 곳에서 직접 서비스까지 하겠다면 경쟁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무선CP들은 온라인업체들에 대해서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엔씨소프트, 웹젠 등 유명 온라인게임업체들이 모바일게임에 뛰어들고 있고 다음, NHN 등 유선계 포털업체들도 무선인터넷망 개방과 함께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업체 한 관계자는 “유명 온라인게임이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되면서 모바일게임 전문업체가 만든 게임은 출시시기가 계속 밀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무선인터넷망이 개방되면 유선계 포털업체들이 이통사 포털과의 경쟁을 위해 가격 경쟁을 주도할 것”이라며 “자금력이 없는 무선CP가 이런 경쟁속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 저작권 사용료 문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나 협단체에서 저작권 사용료 문제 해결에 나서고는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선콘텐츠업체 한 관계자는 “무선CP들이 초기 시장을 선점했다 하더라도 유무선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선점 효과는 크지 않다”며 “결국 자금력을 갖춘 유선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통사가 무선인터넷 시장을 독점하면서 많은 폐해가 있었지만 무선CP는 이통사의 그늘 아래에서 보호받은 측면도 있다”며 “이제 무한경쟁 시대로 들어선 만큼 무선CP 나름대로 브랜드 육성은 물론 해외시장 개척이나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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