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방송개방 대책 마련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당시 정부가 케이블TV 방송 채널사용사업자(PP)를 제외한 위성방송 PP에 대해 전면적인 시장개방을 약속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파문확산을 우려한 방송위원회가 대책마련에 나선다.

방송위는 13일 “협상 당시에는 국내에 위성방송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하고 “현재 방송법 규정에 의하면 위성방송 PP와 케이블TV PP를 구분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당 양허표가 현재의 법률과 시장구조에 충격을 주는 것은 아니며 외국의 문제제기 여지만 있을 뿐”이라면서 더이상 이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섰다.

　또 ‘방송서비스 분야를 개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거듭 밝힌 방송위는 WTO 회원국들이 UR협정에 대한 이행을 요구할 경우 당시 위성방송이 출범 전이었기 때문에 시장개방 제한을 두지 못했음을 충분히 인식시키고, 국내법상 케이블TV PP와 위성방송 PP를 구분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함으로써 위성방송 PP에 대한 시장개방 유보를 요구할 방침이다.

　방송위는 이와는 별도로 국내 PP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대한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PP를 역무별로 분류해 점진적으로 개방을 해나가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측의 압력이 높아 개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영화·만화·드라마 PP 등의 분야에 대해선 순차적으로 외국인 소유지분을 완화·철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방송위는 국내 방송편성에 있어 국내 제작물에 대한 쿼터는 개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개방에 따라 외국 PP가 들어온다고 해도 이들이 송출하는 프로그램 쿼터에 대해서 규제하는 방안도 찾아 나가기로 했다.

　방송위의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UR협상 당시 우리 정부가 방송 분야를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인식이 강한데다 실질적으로 지상파TV 방송의 경우 PP역무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사안이 불거지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도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시작되면 협상 대상국들이 우리 정부가 UR 당시 맺은 협정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지난해 6월까지 24개 WTO 회원국들로부터 서비스 분야별로 개방을 요구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열거한 양허요청서(request list)를 접수했다. 이 가운데 미국·멕시코·브라질·대만 등이 우리 정부에 방송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을 요구하는 양허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UR협상 당시 미양허 분야인 라디오·TV 방송(제작)서비스, 라디오·TV 전송서비스 등의 양허를 요청해왔다. 아울러 이들 국가는 외국 콘텐츠·배급·상영에 대한 쿼터제한의 철폐를 요청했는데 특히 2000년 방송법상의 쿼터제한 조치에 대한 추가적 요청서를 제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