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D 최강 한국시장을 사수하라.’
다국적 FPD 소재 및 부품업체들이 속속 한반도에 상륙하고 있는 것은 국내 FPD산업의 위상을 그대로 대변하는 대목이다.
한국이 TFT LCD를 필두로 PDP, OLED 등 FPD 전분야에서 강국으로 떠오름에 따라 장차 한국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FPD소재업체들은 세계시장 지배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소재산업 특유의 비즈니스 성격과도 일맥 상통한다. 다국적 FPD소재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재산업의 특성상 주 수요처인 FPD패널 제조업체들과 공동개발, 적기공급, 품질관리 등 밀착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직접진출의 배경을 강조했다.
◇시장성이 풍부하다=우리나라는 현재 STN/TFT LCD를 비롯해 PDP·OLED·FED·VFD 등 FPD 거의 전 분야에서 세계 정상권을 다투고 있다. 그만큼 FPD 관련 소재·부품의 수요가 막강하다. FPD는 특히 반도체와 달리 판매가격 대비 제조원가(MC) 비중이 60∼70%대로 비교적 높아 관련 소재·부품의 저변이 매우 넓다.
우선 TFT LCD의 경우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중대형(10인치 이상) TFT LCD 생산량의 40% 이상을 소화한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20%에 육박할 정도다. 관련 소재·부품업체들로선 LG나 삼성 둘 중의 한 곳만 공급처로 확보해도 일약 20%에 가까운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셈이다.
PDP도 상황은 비슷하다. TFT LCD와 달리 PDP시장은 아직 FHP·NEC·마쓰시타·파이어니어 등을 내세운 일본의 강세. 그러나 삼성SDI·LG전자·오리온PDP 등 국내업체들의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은 연말까지 월10만장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 일본 빅4를 제치고 세계 1위를 탈환한다는 전략이다.
OLED 등 차세대 FPD류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현재는 일본·대만·중국과 초기 시장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브라운관(CRT)과 LCD에서 세계를 제패한 여세를 몰아 OLED부문에서도 정상탈환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또 FED 분야에서는 거의 독보적이다.
◇후발업체 추격봉쇄=다국적 FPD 관련업체들의 잇다른 한국진출의 또하나의 배경은 미래의 경쟁업체들의 싹을 자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이 FPD 강국으로 부상한 만큼 점차 인프라가 강화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강력한 경쟁업체가 한국에서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 직접진출을 통해 후발업체의 추격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FPD산업을 리드하고 있는 TFT LCD의 경우 액정(LC)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재 및 부품이 국산화됐으나 아직 국산화율은 50%를 밑도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소재·부품업체들의 기술력과 생산기술, 생산능력 등이 크게 상승하는 추세여서 다국적 공룡기업들이라 해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실제 LCD용 편광판의 경우 스미토모 등 일본의 일부업체들이 세계시장을 좌우하고 있지만 최근 LG화학이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하며 LG필립스 등에 대량 공급중이며 시장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3M이 독식해온 LCD백라이트용 프리즘시트도 최근 엘지에스란 전문업체가 국산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LCD의 최고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액정.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국내 산·학·연에서 개발이 활발하다.
◇동아시아 전진기지=반도체 등 다른 IT제품과 달리 FPD산업은 현재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동아시아 4국이 세계시장을 좌지우지한다. OLED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FPD시장을 이들 4개국이 균분하고 있다. 따라서 FPD소재 및 부품업체들로선 동아시아 진출이 불가피하며 이를 위한 교두보 차원에서 한국을 낙점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특히 여러 면에서 다국적 FPD 관련업체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동아시아 4국의 중심에 서 있다. 중국이 새로운 세계 FPD 생산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은 후공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관련 소재·부품이 집중적으로 채용되는 전공정 부문은 매우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FPD산업의 무게중심이 한국쪽으로 쏠이고 있는 만큼 다국적 FPD소재·부품업체들의 한국진출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면서 “그러나 이들 업체의 진출이 국내 관련산업의 활력소로 작용하는 이면에 국내 전문업체들의 설자리를 빼앗아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대응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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