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터넷 비용 분쟁 해결 프로젝트 ETRI 수주 `쾌거`

 정부출연연구소가 미국의 인터넷 이용분담금의 불균등 배분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다자간 외교 분쟁의 해결 주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올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터넷트래픽관리팀(팀장 정태수)은 미국 등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회원국간 인터넷 트래픽 유발관계를 측정·분석하게 될 ‘APEC 국제과제’를 수주했다고 13일 밝혔다.

 ‘플로우 기반 인터넷 트래픽 측정 및 분석’으로 명명된 이 과제는 인터넷 통신망의 미국 의존도 급감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인터넷 국제회선비용 관계를 조정할 기술적 근거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APEC이 발주했다.

 이번 과제 수주에 따라 ETRI는 독자개발한 인터넷 트래픽 측정·분석기술을 아시아·태평양 국가에 시범적용할 수 있어 IT분쟁 조정자로서의 국가적 위상은 물론 차세대 인터넷 보안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적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이번 과제 입찰에서 미국은 인터넷 트래픽 측정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의 2개 기관을 포함해 캐나다·호주 등을 참여시키는 등 방해전략을 구사했으나 ETRI가 갖고 있는 인터넷 트래픽의 다각적인 측정이나 면밀한 분석능력 등의 기술력에 밀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트래픽 측정 및 분석기술을 개발한 ETRI는 이에 따라 자체 개발한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아태지역 각국의 국제 인터넷 회선에 장착, 인터넷 비용분담의 근거가 될 국가간 인터넷 사용 데이터를 산출하게 되며 관련 비용은 모두 APEC에서 부담한다.

 ETRI의 인터넷 트래픽 측정·분석기술은 인터넷 사용의 주체와 기술적 사용형태를 실시간으로 정밀분석할 수 있는 세계 수준의 기술로 최근 인터넷 대란의 원인이 된 바이러스 ‘슬래머 웜’의 활동 조짐까지 초기파악이 가능하고 기관간 책임관계에 대한 정밀한 근거 자료까지 산출해낼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망을 보유하면서 인터넷 자원의 대미 의존도가 감소하고 국내에서 미국으로 전송되는 인터넷 트래픽의 유출량과 미국에서 국내로 전송되는 유입량비가 6대 4로 역전됐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회선비용을 국내 인터넷사업자가 전액 부담해왔다.

 정태수 팀장은 “인터넷서비스업체간 국제회선사용료 명목으로 한국이 미국에 지불하고 있는 비용은 연간 1400억원에 달한다”며 “이번 과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적어도 연간 414억원의 외화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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