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여파로 거래소 시가총액 2위 자리를 KT에 넘겨줬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그룹내 다른 종목이 대부분 분식회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이틀째 큰폭 하락한 것과 달리 소폭 하락에 그쳐 분식회계 충격에서 탈피하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외국인도 3일째 순매수, 추가하락을 저지해줬다.
12일 SK텔레콤 주가는 하루 종일 요동쳤는데 결국 0.35% 떨어진 14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통신 쌍두마차인 KT도 장초반 비교적 강한 상승세로 출발해 장중 하락반전한 끝에 0.24% 떨어진 4만2300원에 마감됐다.
SK텔레콤은 이날 종가기준으로 시가총액 12조690억원을 기록, 12조4200억원인 KT에 거래소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넘겨줬다.
지난 1월 통신주 동반 폭락과 함께 시가총액 3위인 KT가 4위였던 한국전력에 밀리며 3, 4위 자리가 뒤바뀐 적은 있었지만 SK텔레콤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K텔레콤 악재, 시장 전반 파급은 제한적일 듯=전날 분식회계 파장은 SK텔레콤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12일 보여준 SK텔레콤의 강한 지지력은 SK글로벌, SK, SKC 등과 극한 대조를 보였다. SK텔레콤이 이틀 연속 무너졌다면 자칫 거래소 전체 시장으로 악영향이 확대될 수 있었으나 이날 약보합권에 안착,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SK글로벌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보유중인 SK텔레콤 지분 4.77%를 매물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아직 안심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나 이라크 전쟁을 능가하는 영향력으로 지수흐름에 부담을 줄 정도로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선 SK텔레콤이 이번 사태를 경험삼아 SK와 SK글로벌 소유의 지분을 떨어내면서 그룹에서 독립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의 우호적인 시각, 그 의미는=외국인들은 이날까지 3일 연속 SK텔레콤을 순매수했다. 분식회계 발표가 나온 당일도 4만주 이상을 순매수했으며 12일에는 순매수 규모를 더욱 늘려 14만주를 사들였다.
이 같은 외국인의 동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SK텔레콤 주식이 싸다는 측면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 주식 저평가(코리아디스카운트)의 핵심적인 원인인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분식회계와 일체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SK그룹의 지배구조가 개선된다면 그보다 더 매력적인 모멘텀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한편 외국인들은 KT에 대해 계속적인 매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50만주 이상을 팔아치우며 지분율을 0.35%포인트 가량 낮췄다. 이에 대해 양 연구원은 “주주가치 중시 경영이라는 테마로 KT가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를 이어왔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지분한도인 49%까지 밀고 가기는 버거운 일”이라며 “외국인들은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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