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장 개방 파문]근시안적 UR대처로 `방패막`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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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정책 및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독립 국가기구 방송위원회는 지난 1월 이번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 방송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지 않는 것이 정부의 공식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당시 이미 케이블TV를 통한 영상 및 비디오 제작·배급 서비스를 제외한 영상 및 비디오 제작·배급 서비스를 모두 개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당시 방송분야 협상 주무부처인 공보처가 국내 서비스전이었던 위성방송 분야를 고려치 않고 협정을 맺은 것으로 현재 우리 정부는 개방하기로 약속했던 분야인 위성방송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시장개방을 방송법으로 규제함으로써 UR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아직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 PP를 보호하기 위해 시장개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UR 당시 충분한 사전검토없이 협정을 맺음으로써 위성방송 PP에 대해서는 시장보호를 포기한 셈이 됐다.

 더구나 우리 정부는 당시 양허 협정시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을 제외한다’고만 단서조항을 달고 모든 PP에 대해 시장개방을 허용함으로써 신기술 발달로 인한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이번 WTO DDA 방송협상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위기에 처했으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게 됐다.

 하지만 다자간무역협상에서 이미 협정을 맺어 시장개방을 허용한 분야를 다시 보호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허표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WTO 회원국의 4분의 3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표결을 위한 회원국의 4분의 3 참석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미 개방한 사안을 다시 접은 전례조차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우리나라가 UR 협정을 이행하지 않아 타국과 분쟁이 생길 경우 WTO는 산하 분쟁해결기구(DSB)를 통해 교차보복 등의 보복조치를 취하게 되고, 우리나라는 국제적 무역고립에 처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WTO DDA 협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새정부가 시작부터 부담감을 안고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으며, 방송서비스 분야에 대한 시장개방을 전혀 고려치 않겠다는 정부의 공언을 믿고 있는 방송업계의 정부에 대한 신뢰감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방송서비스분야 개방관련 실무를 담당중인 방송위 정책실 윤석배 차장은 “방송서비스 분야는 이번 협상에서 시장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정부방침을 정했으나, 옛 공보처가 맺은 양허협정으로 인해 협상 상대국이 위성방송 PP에 대한 개방을 요구할 경우 물리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