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I 최저가낙찰제 개선 시급

 보통 일이 아니다. 업체간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SI 프로젝트가 예정가격의 70%를 밑도는 저가에 낙찰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공공부문에서조차 단돈 1원에 낙찰되는 경우까지 속출하고 있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한국도로공사가 내놓은 13억원 규모의 통행료전자지불시스템 개발 프로젝트가 단돈 1원을 써낸 업체에 최종 낙찰됐으며 이에 앞서 금융결제원이 발주한 2억원 규모의 개방형 캐시 플랫홈 소프트웨어 개발사업도 1원을 써낸 에스원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해 KT의 스마트카드 발급시스템 구축사업의 경우는 10원을 써낸 업체가 떨어지고 1원에 입찰한 업체가 사업권을 따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최근 저가입찰과 덤핑 수주를 막기 위한 진상조사와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프로젝트 발주기관과 이에 참여하는 SI업체들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지만 대형 프로젝트 입찰제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물론 최저가 낙찰제는 세계적인 표준으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제도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최저가 낙찰제를 통해 엄격한 기업평가가 이뤄지며 이로 인해 부실한 업체는 시장에서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프로젝트 발주기관과 업체들이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기대하는 품질이 보장된다면 저가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가 입찰제도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젝트 발주기관이나 업체는 최저가 낙찰제를 도입하는 데 따른 부작용에 대한 보완장치가 마련된 후에 전면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더욱이 최저가 낙찰제는 프로젝트 수행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물론 사업의 부실을 초래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고돼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공공기관이 SI관련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어떤 입찰방식을 택하느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 그만큼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SI 프로젝트의 입찰제에 관한 한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적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로선 최저가 낙찰제가 차선책이긴 하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최저가 낙찰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우선 사전 자격심사를 통과한 업체 중에서 최저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최종업체로 선정하는 자격심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자격심사제도는 원가 이하의 덤핑 입찰과 그에 따른 시스템의 부실개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일부 선진국에서 널리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프로젝트 발주기관들이 자격심사제도를 도입할 경우 SI 프로젝트의 원가절감은 물론 부실방지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또 최저가 낙찰제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산출근거 등 적정성을 평가하는 적정가 낙찰제나 발주자와 수주자가 가격을 협상하는 가격협상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연구해봄직하다. 그렇게 되면 SI업계에서 ‘1원짜리 프로젝트 수주’와 같은 최저가 낙찰제의 부작용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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