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벤처의 정체성의 본질은 창업 초기 발휘된 창조적인 기업가 정신, 기술 및 조직의 혁신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반면 하이테크 첨단산업, 고위험·고수익, 인센티브 제도 등은 벤처를 보는 지엽적인 인식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벤처기업협회(회장 장흥순)는 ‘한국 벤처기업 조직문화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벤처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큰 시각차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벤처의 정의를 다시 정립하기 위해서는 우선 창조적 기업가 정신과 기술·조직 혁신을 중시하는 한국적 풍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처기업의 본질’ ‘벤처기업 조직 문화 특성’ ‘벤처기업의 인적자원 관리’ ‘벤처기업의 정체성’ 등 크게 4개 주제로 구성된 보고서를 요약했다.
◇한국적 벤처기업의 본질(서정해 경북대 교수)=규모나 사업분야에 따라 벤처를 정의하는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한국은 초기 기업가 정신과 기술과 조직의 혁신, 조직원의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벤처의 본질은 창조적 파괴자로서 기업가 정신에 있다. 이를 발휘해 기술과 조직을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는 기업, 실패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업화를 통해 창조적 파괴를 지향하는 기업이 바로 벤처기업의 참모습이다. 회사 규모나 조직 나이는 벤처냐 아니냐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벤처 CEO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특정 분야, 벤처캐피털의 투자 비중, 조직의 규모나 연령에 따른 모호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혁신성과 기업가 정신을 수반한 기업을 벤처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첨단산업에 속하지 않은 기업도 충분히 벤처로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 벤처문화의 혼(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경영진과 직원간 가치관의 불일치와 미숙한 경영관리 행태가 우리 벤처문화를 좀먹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새로움의 추구, 능력 중심의 조직,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근무 환경, 회사와 개인의 일체감, 마니아적 기질 발휘를 통한 성취감은 벤처를 표현하는 대표적 코드다. 하지만 이들은 벤처기업만의 고유한 문화가 아니다. 벤처기업 문화는 일반 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단주의적 분위기, 이에 따른 기회와 능력 제한, 조직논리 매몰, 열악한 처우에 대한 대안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벤처문화는 경영진의 창업동기, 창업 후 임직원들의 참여 동기, 비전 공유 등에서 원류를 찾을 수 있다. 그 문화의 근본에는 ‘좋은 기업 만들기’라는 초기 기업가 정신이 작용하고 있으며 지금의 다양한 문화는 이에 기초한 것이다.
◇벤처기업의 인적자원 관리(장은미 한국외국어대 교수)=강한 애사심, 높은 성취 지향성, 그리고 직무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인적관리 방식은 몰입·자율·보상·자율 경영 형태를 띤다. 벤처기업의 인사관리 유형은 공식화를 강조하는 관료제형, 인센티브제를 활용한 경제적 유인형, 자율참여형으로 나눠지는데 이에 대한 직원들의 태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자율참여형이 인센티브제를 활용한 경제적 유인형과 관료제형보다 회사 발전에 대한 참여와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벤처기업 경영진은 단순히 경제적 인센티브 제시에만 의존해서는 안되며 직원들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경영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대기업과 비슷한 인사제도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참여와 일체감 형성을 위한 방식만이 벤처기업의 인적자원관리에 가장 효율적인 대안이다.
◇벤처기업의 정체성(경북대 이장우 교수)=최근 벤처 위기론에 편승해 벤처는 없다라는 식의 본질을 왜곡하는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 바람직한 벤처 경영을 위해서는 조직의 관료제화를 막고 가장 큰 경쟁력인 인적자산에 대해 가치 비중을 높이면서 조직문화에 맞는 직원선발 제도를 도입하는 등 지금껏 축적해온 벤처만의 특질을 유지해야 한다.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경제 많이 본 뉴스
-
1
MBK, '골칫거리' 홈플러스 4조 리스부채…법정관리로 탕감 노렸나
-
2
금감원 강조한 '자본 질' 따져 보니…보험사 7곳 '미흡'
-
3
미국 발 'R의 공포'···미·국내 증시 하락세
-
4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보조배터리 내부 절연파괴 원인
-
5
트럼프 취임 50일…가상자산 시총 1100조원 '증발'
-
6
은행 성과급 잔치 이유있네...작년 은행 순이익 22.4조 '역대 최대'
-
7
보험대리점 설계사 10명중 1명은 '한화생명 GA'…年 매출만 2.6조원
-
8
[ET라씨로] 참엔지니어링 80% 감자 결정에 주가 上
-
9
메리츠화재, 결국 MG손보 인수 포기…청·파산 가능성에 '촉각'
-
10
그리드위즈, ESS 운영 솔루션 교체로 경제 가치 35% 높인다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