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광다이오드(LED)산업은 이제 휴대폰을 비롯해 각종 전방 응용산업의 고속 발전과 궤를 같이하며 도약의 기틀을 잡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시장이 있는 만큼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관련업체들이 잇따라 참여하며 생산설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현재 LED칩은 물론 전방의 각종 LED 애플리케이션 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총체적 IT경기침체와는 상관없이 LED시장은 분명한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이자 기존 제품을 대체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를 제시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종합부품업체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이 올들어 약속이라도 한듯 LED사업을 차세대 수종 육성사업으로 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대기업들이 본격적인 사업참여와 수종사업 육성을 선언하는 경우는 그 산업이 매머드급 산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의 차세대 부품사업군으로 부상하는 LED산업이 기초부터 탄탄한 뿌리를 내려 먼훗날 풍부한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기초 원천기술 확보 문제. 현재 LED 웨이퍼에서 발광재료, 첨가물 등 상당부분의 원천기술 및 특허는 일본 니치아를 비롯한 선진업체들이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내업체들은 눈치를 봐야 하며 국제 경쟁력에서 그만큼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LED칩의 원재료인 웨이퍼만해도 아직 취약하기 그지없다. 국내업체들이 패키징 기술 면에서는 일본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에피 공정 기술은 일본은 고사하고 비슷한 산업 경쟁력을 가진 대만보다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실정이다.
실제 국내에서 소비되는 웨이퍼 가운데 50% 정도가 일본·유럽·대만 등지에서 수입되고 있다. 국내 에피웨이퍼업체들이 시장진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지만 수요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일본·유럽·대만 등 해외업체들이 챙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체들이 기술개발보다 설비증설에 치중함에 따라 날이 갈수록 투자금액에 비해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고성장하는 LED산업에서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에피택시를 비롯한 첨단기술 육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LED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고급인력이 태부족한 것도 문제. 현재 일부 대기업체를 제외하고는 LED 전문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뛰어난 기술력과 안정적인 자금력을 확보한 일본의 경우 기업체 자체의 연구만으로도 충분하며, 대만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LED 관련 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 상황에 비춰 볼 때 국내 연구상황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수준이다.
핵심소재는 물론 주요 제조장비의 수입의존도가 날로 심화되는 것도 LED산업 육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LED업계 생산장비의 80% 이상은 ‘메이드 인 재팬’이다, 에피 성장장비의 경우 거의 전량을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하는 상황이다.
연구개발(R&D)용 핵심장비가 최소 10억원 이상의 고가장비이고 부수장비를 포함할 경우 20억원 정도가 소모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LED업체들이 설비증설을 할수록 그만큼의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형국이다.
이처럼 장비를 해외에 의존하다보니 국내 산업 및 시장정보가 그대로 해외로 유출돼, 결국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빈곤의 악순환’ 현상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LED칩업체의 한 관계자는 “LED 원재료나 장비류의 국산화율을 높이지 않고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산 저가 LED의 유입과 국내 모듈업체들의 제살깎기식 과당경쟁도 심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LED교통신호등업체들은 초기 진입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근 제조 및 시설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급가격으로 잇따라 낙찰을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LED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시장진입 초기제품이기 때문에 초기 신뢰성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러나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출혈입찰이 횡행한다면, 품질저하에 따른 신뢰성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LED산업이 전후방에 걸쳐 폭넓게 형성되고 있음에도 연구조합이나 업계 대표창구조차 하나 없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 LED칩 및 모듈업체만도 수십개에 달하고, 조명 등 애플리케이션업체까지 포함하면 100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표창구가 없다보니, 정확한 시장정보나 업계 공통 애로사항을 해결할 길이 막막하다.
전문가들은 “LED산업은 이미 세계적으로도 ‘진입기’를 넘어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을 정도로 그 가능성이 검증을 받은 상황”이라며 “세계 톱3의 부품대국인 우리나라가 LED 분야에서도 일본 등 선진국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산·학·연 등이 힘을 모아 관련 인프라 확충을 통해 체계적인 육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iblee@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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