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업체가 유통지원정책 선보이며 불황 탈출 모색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이 3개월 연속 판매대수가 급감,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최근 단말기제조업체들이 가격인하는 물론 대리점 지원금 지급 등을 통해 판매를 독려, 소비심리 자극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휴대폰 시장을 주도하던 사업자들이 보조금 금지 법제화로 시장 활성화를 겨냥한 뚜렷한 정책을 선보이지 못하자 오히려 단말기업체들이 대리점 지원 정책을 내놓으며 유통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 등의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올들어 매월 재고보상 차원에서 출고가를 2, 3만원씩 인하한 데 이어 최근 일정량 이상 판매한 대리점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그레이드 정책을 가동하며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 시장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하는 LG전자가 최근 공격적 유통정책을 구사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림에 따라 이달부터는 삼성전자·모토로라 등도 신형 단말기를 중심으로 각종 대리점 지원 정책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용산·테크노마트 등지의 휴대폰 대리점을 대상으로 단말기 판매시 1만∼6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상 단말기도 SV110, SD2100 등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모델로 200대, 600대 등 대리점의 판매실적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LG전자는 개별 계약을 체결한 대리점에는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마케팅도 펼치고 있어 일부에서는 LG싸이언 단말기가 최고 10만원까지 인하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SCH-E120, SCH-X780 등을 판매한 대리점에 대당 2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최신형 SCH-V300 단말기까지 이같은 지원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모토로라 역시 지난 6일부터 V740 단말기를 200대 이상 판매한 대리점에 대당 7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내놓는 등 제조업체들의 유통지원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SK텔레콤도 최근 멀티미디어 서비스인 ‘준’ 가입자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의 VOD폰인 SCH-V300 단말기를 200대 이상 판매한 대리점에 5만원 이상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시장 가격도 삼성전자 SCH-V300 모델의 경우, 지난달에 비해 최고 12만∼13만원 떨어졌고 LG전자의 제품들도 4만∼10만원까지 인하됐다.

 단말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신구형 단말기를 가리지 않고 시장에 재고가 지나치게 누적돼 있어 출고가 인하와 지원정책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며 “특히 보조금 법제화 문제로 사업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사실상 유통정책을 단말기업체에 미루고 있어 당분간 제조업체들의 이같은 정책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선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들의 잇단 단말기가격 인하로 사업자들의 신규가입자 모집정지 조치 이후 3개월 이상 차갑게 얼어붙은 유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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