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은 천직’이라고 한다. 머리 속에 지식을 담을 수는 있어도 그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가르치기는 그만큼 어려운 까닭이다. 그런데 이 천직을 부업삼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본업 외에도 실무에서 익힌 전문지식을 후배들에게 전파하는데 열성인 사람들을 소개한다.
한진정보통신 GIS 기술팀장인 이강원 상무(51)는 현재 사내 기술전문위원이며 인하공전 지형정보과 겸임교수다. 그 외에 NGIS 및 각 시도 자문위원, 학회 이사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감투는 너무 많아서 다 모아도 웬 만한 앨범 두께 정도다. 하지만 그는 어디서나 ‘명강사 철가방 선생님’으로 통한다.
그가 ‘명강사’라는 명성을 얻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그야말로 방대한 양의 교육자료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 자료들을 ‘철가방’에 넣고 다니기로 유명한 데 술집이나 심지어 화장실까지 철가방은 항상 그와 동행한다. 무려 20Gb나 되는 방대한 자료를 안전하게 운반하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은색 철가방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는 어떤 강의도 한 시간이면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낸다. 한마디로 준비된 강사다.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GIS 교류·협력단의 일원으로 이란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란측 관계자들이 방문단에게 직원 세미나를 요청했다고 한다. 일정에 없었던 거라 당혹스러워질 법도 했지만 강연을 자청했다. 즉석에서 철가방을 열고 한시간 동안 데이터를 이리 저리 재구성한 그는 곧바로 장장 3시간여 동안 동영상을 활용한 환상적인 강연을 실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가 사용하는 교육자료는 대상에 따라 목적에 따라 혹은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실무에서 획득한 결과물을 교육에 직접 이용하고 역사에서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을 시도하며 풍부한 국외사례까지 곁들인다. 그래서 그의 강의는 듣는 이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여가시간도 최근 자료를 정리하는 데 보낼 정도다.
“GIS 발전을 앞당기는 길은 보다 많은 분야와 계층의 사람들이 이해하고 그 필요성을 느끼는 것입니다. 즉,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고 이를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이 바로 교육이죠. 모든 것은 교육을 통해서 전달되고 진보합니다.”
LGCNS e솔루션 사업부의 박수범 차장(38)이 외부강연을 하게 된 계기는 특이하다.
지난 99년, LG인터넷에 근무하던 박 차장은 웹기획 관련 내부교육을 맡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웹은 미개척 분야여서 전문강사가 드물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능률협회에 웹기획자 과정이 개설됐다는 소문을 듣고 도움이 될까 해서 찾아간 박 차장은 실망만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강의를 하더군요. 인터넷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 책 속의 지식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박 차장은 자신이 훨씬 훌륭한 강의를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고 이것이 계기가 돼 능률협회 강의를 맡게 됐다. 결과는 대성공. 2000년도에 박 차장의 웹기획자 과정이 강의평가에서 모두 5점 만점을 받은 것이다. 1년간의 강의가 모두 5점 만점을 받은 경우는 이전에 한 번밖에 없었다.
“차별화된 교재와 사례 중심의 재미있는 강의가 인기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자 위주 강의를 탈피하고 비주얼적인 요소를 많이 삽입해 자연스럽게 수강자의 기억속에 남도록 했죠. 사례를 찾을때도 가능한 한 특이하고 신선한 것을 추구했습니다.”
이후 박 차장은 표준협회, KAIST테크노대학원, 서강대 영상미디어대학원, 서울여대 등에서 인기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LG그룹 인화원과 LG소프트스쿨 등 내부강의도 부지런히 했다. 지난 2001년에는 삼성멀티캠퍼스에서 강의한 특이한 경험도 있다.
박 차장은 “강의는 철저하게 수강생 입장에서 준비돼야한다”고 강조한다. 강사가 많이 아는 것보다 수강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다.
인기강사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 완벽한 준비를 했으면서도 수강생들에게 낮은 평가를 받은 경험도 있다. “저도 모르게 우쭐하는 모습을 보였던 거죠. 그 이후로는 수강생들과의 심적공유에 특히 신경씁니다. 강의는 우리가 나누는 일상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박 차장은 현재 정기적인 외부강의는 맡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인터넷전략컨설팀과 크리에이티브 디자인팀을 동시에 맡아 업무가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차장의 노트북 속에는 오늘도 미래의 수강생들에게 안겨줄 다양한 지식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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