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삼략 / 이기석 역해/홍신문화사 펴냄
밑 빠진 독을 물로 채우라니. 주지스님의 주문에 거칠 것 없이 살아온 조폭들도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그들은 물동이 릴레이로 연못 물을 길어와 붓고 또 부었다. 손바닥으로 깨진 틈새 곳곳을 막아도 봤다. 심지어 박상면의 푸짐한 뱃살 위에 독을 올려놓기까지 했다. 산사 도피생활을 연장받기 위해서라면 뭐든 시도해야만 했다. 그만큼 절박했다. 하지만 독은 연못 속에 통째로 던져지고 나서야 비로소 물로 가득 채워졌다. 영화 ‘달마야 놀자’가 코미디 속에 심어놓은 감동 한 토막이다.
경영자들의 마음도 산사의 조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기업 내용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좀더 나아지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회사 곳곳에서 균열이 심해지고 외부 시장환경마저 악화되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럴 경우 경영자들은 현상을 타개할 황금 같은 해법을 찾아 헤매게 마련이다. 하지만 만병통치의 경영비법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경영학 지식이나 전문가 조언이라고 해야 고작 지엽적 교정에 도움이 되는 원포인트 레슨일 가능성이 높다.
또 초우량 다국적기업의 경영기법이 기업문제 해결의 마스컨키(Master Controller Key)가 되줄 리 만무다.
이럴 때는 단편적인 지식보다 근본적인 지혜 쪽에 눈을 돌리는 게 어떨까 한다. 지혜는 현란한 경영학 이론서나 잭 웰치류의 베스트셀러 속에 들어 있지 않다.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는 인문적 고전, 특히 인생사가 정제된 고전들에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전쟁과 관련된 고전들이야말로 경영이라는 또하나의 전쟁에 적합한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육도삼략’을 보자. 무려 3000년 전에 쓰인 중국 병서다. 육도(六韜)와 삼략(三略)의 2서를 묶은 이 책은 작자 미상이나 오랜 세월 작전의 성서로 불려왔다. 책에는 군대의 통솔에서부터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를 토대로 한 천변만화의 전술이 수록돼 있다. ‘육도’에는 문덕(文德)으로 정치를 하고, 무력으로 악을 제압하며, 용·호랑이·표범·개 등으로 표현되는 용맹하고 슬기로운 힘을 모아 백전백승하는 방법 등이 정리돼 있다. ‘삼략’에는전쟁을 하지 않고 천하를 이끌어가는 방법을 기술돼 있다.
‘육도’는 병법의 출발을 인재확보에 두고 있다. “전략보다 인재가 먼저다(People First, Strategy Second)”라는 GE의 잭 웰치 생각과도 상통한다. 1편 ‘문도’에는 주나라의 문왕이 위수가에서 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강태공을 스승으로 모실 때의 대화내용이 나온다. 강태공은 미끼를 주어 물고기를 잡되 후한 미끼를 주면 큰 고기가 잡히며, 물고기는 크기에 따라 요리법이 다르다는 낚시에 빗댄 인재론을 펼친다.
강태공은 그러나 잭 웰치의 주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강태공은 후한 녹봉으로 아무리 좋은 사람들을 모으더라도 그들의 마음까지 얻지 못하면 언젠가 그들은 흩어져 버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익을 독점하지 말고 그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 또는 기업주의 이익독점 행태를 경계하는 말이다.
제4편 ‘호도’에서 문왕의 아들 무왕이 “적에 포위당하고 군량배급로가 차단당했을 경우 어찌해야 하는가”고 묻는다. 태공은 빠르고도 과감한 작전(질전:疾戰)을 제시한다. 하기야 기업경영이 궁지에 몰렸을 때 주저하며 시일을 끈다고 해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분명 아니다. 경영자로서는 조직을 비상체제로 바꾼 뒤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상책일 것이다. 최악의 경우 기업매각이라도 서둘러야 손실을 최소화할 게 아닌가.
이밖에도 ‘육도’에는 임직원 의견수렴시 유의할 점과 사원들에 대한 대우등 배울 것이 산재해 있다.
‘삼략’중 첫번째 편인 ‘상략’에는 지휘관의 조건으로 겸손을 꼽으면서 보잘 것 없는 나무꾼의 말까지도 마땅히 들으라(負薪之言 將所宜聞)고 권한다. 경영자의 독선이 기업을 망친 사례들을 돌이켜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세번째 편인 ‘하략’에는 가까운 것을 버리고 먼 것을 꾀하면 수고로우나 공이 없다(釋近謀遠者 勞而無功)고 하여 현실을 도외시한 장밋빛 수익모델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높이 살 것은 육도삼략이 ‘순천자(順天者)는 창(昌)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는 정신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이란 결코 천도에 어긋나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요즘 회자되는 정도경영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기업을 대규모로 키우는 데 성공했을지라도 정의에 어긋나는 경영을 일삼은 경영자들의 불미스런 끝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보고 있다. 올봄에는 육도삼략을 통해 경영자 자신이 지혜의 연못 속에 풍덩 빠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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