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인사이드]`닮은꼴` 가전·자동차

 “가전과 자동차시장은 닮은 꼴이다.”

 가전업계 마케팅 담당자의 말이다. 가전시장과 자동차시장의 판매추이 를 비교해보니 놀랍게도 몇 개월의 차이를 두고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전업계는 판매증가율이 둔화되며 불황의 조짐을 보였고 올 1월과 2월에는 작년 대비 역신장세를 기록했다. 자동차업계는 지난 2월 판매실적이 내수 12만87대, 수출 16만4171대 등 총 28만4258대로 지난 1월의 29만8369대보다 4.7% 감소했다고 한다. 내수시장만 보면 4.2% 줄어든 수치다. 이 담당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동차업계도 머지않아 마이너스성장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닮은 꼴 가전과 자동차를 좀더 자세히 보자. 우선 예약판매가 부진하다. 지난해 가전업계는 에어컨 예약판매를 펼쳐 짭짤한 재미를 봤지만 올해는 목표 대비 50% 수준에 그쳤다. 자동차업계도 예약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중반께는 에쿠스나 그랜저XG 등을 신청하면 3∼4개월 후에나 받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1∼2주면 인도된다. 마케팅효과도 신통치 않다. 지난달 모 자동차업체가 자사 카드 신청고객에게 차값의 20만∼50만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벌였지만 기대를 훨씬 밑돌았다. 가전업체들도 1월과 2월 각종 사은품을 증정하는 판촉에 나섰지만 역시 별무효과였다.

 이와는 달리 가전이나 자동차 모두 고급제품은 경기영향을 덜 받는다. 대형TV나 드럼세탁기·양문형냉장고 등 프리미엄급 제품은 성장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시장도 일부 인기품목, 예컨데 무쏘나 쏘렌토 등은 업그레이드를 이유로 오히려 차량가격을 올리기까지 했다. 고급 외제차 수입 역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내리막길로 접어들면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다.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소비를 줄인다. 하지만 부자들은 다르다. 어지간해서는 기존 소비 패턴을 바꾸지 않는다. 부자 마케팅·프리미엄 마케팅이 각광받는 이유다.

 비슷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자동차업계가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3년 만에 무이자 할부판매를 단행했다.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사실상 출혈판매다. 가전은 그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같은 보폭의 두 산업 특성상 가전도 조만간 특단의 카드를 내밀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패는 아직 모른다. 다만 가전을 보면 자동차가 읽히고, 자동차시장을 들여다보면 가전시장을 알 수 있다. 둘은 ‘닮은 꼴’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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