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코스닥 위기의 IT벤처](1)코스닥 붕괴와 `빈사상태` 등록기업

 IT경기 회복 지연과 이라크전쟁·북핵문제 등 지정학적 요인들이 코스닥시장 지수를 40선 아래로 떨어뜨리며 등록기업과 투자자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몰고 있다. 한때 벤처기업들의 희망이던 코스닥시장 붕괴 위기에 투자자나 등록기업들만 애를 태우는 것은 아니다. 코스닥시장 등록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과 코스닥에 등록해 자금을 확보하려던 기업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코스닥시장의 붕괴 조짐은 자본조달시장, 벤처업체,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등을 아우르는 벤처생태계 전체를 황폐화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 40선 붕괴를 계기로 등록기업과 벤처기업들의 유동성 위기, 벤처생태계 건전화 방안 등에 대해 살펴본다.

 

IT벤처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코스닥이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우려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실 코스닥 시장은 IT벤처 기업, 벤처 캐피털,엔젤 투자자, IT투자조합 등과 함께 거대한 벤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벤처 캐피털과 엔젤 투자자들이 자금동원 능력이 부족한 IT벤처 기업에 출자하고 코스닥 등록을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한다는게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다. 이를 통해 IT벤처 기업들은 은행 차입 등 간접 금융 방식에 의존하지않고 증권 시장이란 직접 자본 조달 시장에서 개발 자금과 운영 자금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밑그림이 코스닥 시장의 붕괴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코스닥이 첨단 기술주 시장으로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 외적인 변수가 크지만 경제 외적인 변수에만 책임을 모두 전가하기는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세계 IT산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 업체만 코스닥 시장에 양산됨으로서 자생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코스닥 시장은 갖고 있다. 거기다 코스닥 등록 기업들이 주가 조작, 분식 회계 등 갖가지 불미스러운 일에 개입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이때문에 코스닥 시장은 거래소 상장 기업의 주가 움직임에 연동되는 보조 시장의 기능을 뛰어 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주 매입, 현급 배당등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투자자들의 신뢰를 상실,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어있다.

 코스닥 시장이 붕괴 위기를 맞으면서 IT벤처 기업들은 유동성 위기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한창 잘나가던 때 코스닥에 입성한 벤처 기업들은 공모 자금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나쁠 때 등록한 기업들은 이미 실탄을 소진한 상태여서 운영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유상 증자나 신주인수권부 사채(BW), 전환사채(CB) 등 사채 발행할 추진하지만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자금은 증시보다는 부동산 등 안전 자산쪽으로 방향을 틀은지 오래다.

 코스닥 기업의 한 관계자는 “작년 회사 주가가 비교적 높았을때 주식을 담보로 은행에서 자금을 대출 받았는데 IT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매출은 늘어나지않는 상황에서 은행의 대출금 상환 독촉으로 애를 먹었다”고 실토한다.

 이들 기업외에 많은 등록 기업들이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을 매각하거나 주가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사주 신탁계약을 해지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언제나 경기가 호전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코스닥 등록 기업의 최대 화두는 양호한 현금 흐름이다.IT경기가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기때문에 가급적 많은 실탄을 확보해놓는게 중요하다는 판단때문이다.이때문에 증권사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기업 보다는 현금 흐름이 양호하거나 자기자본이익률(ROE)등이 좋은 기업에 주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대표적인 외국계 금유기관인 JP모간은 현재의 불확실한 증시 상황에서는 실적 성장성이 높은 기업 보다 현금 흐름이 견실한 기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일찍부터 지적해 왔다.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선 향후 현금 흐름이 좋고, 자사주 매입이나 고배당 기업,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란 분석이다.다른 국내 증권사들도 현금 흐름이 양호한 기업이나 부동산등 자산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을 경쟁적으로 투자 유망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붕괴는 유망업체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거래소 이전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적지않은 상황인데 최근에는 코스닥 등록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의외로 많다. 

  부산에 위치한 한 중견 철강 업체는 작년말 코스닥 등록에 관해 관해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다.하지만 컨설팅 결과는 굳이 등록할 필요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철강 경기가 장기적으로 좋은 편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현금 유동성이 비교적 양호한데 공연히 코스닥에 등록해서 주주들 신경 쓰랴 금융 감독기관·증권 관련 유관 단체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