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전 日 영화는 어땠을까

‘일본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 영화의 미래를 본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오는 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일본 영화의 황금기 50년대 거장 15인전’을 마련한다. ‘오하루의 일생’으로 전세계에 일본의 영화미학을 선포한 미조구치 겐지 감독. ‘스물네개의 눈동자’로 전대미문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일본열도를 눈물로 뒤덮었던 기노시타 게이스케 감독, 영화 ‘고질라’의 전신으로 특수효과와 괴수 영화라는 장르를 개척했던 ‘고질라’의 혼다 이시로 감독 등 시대를 풍미했던 일본영화 거장들의 영상미학을 느낄 수 있다. 이 가운데 주요 세 작품을 소개한다.

 ◇오하루의 일생=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51년작. 5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국제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후 미조구치 겐지 감독은 ‘우게쓰이야기’ ‘산소다유’로 또다시 상을 거머쥐면서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부상했다. 이 영화는 남성에 의해 이상한 일생을 살게 되는 여자를 객관적으로 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당초 원작 소설상의 여주인공이 선천적인 호색에 불운한 남성편력까지 겹쳐 봉건제도 하에서 자유 분방한 성을 구가하는 여성으로 그린 것보다 한층 진일보한 시각이다. 여주인공의 자기 주장이나 피해자 의식, 그리고 에로티시즘을 극력 배제한 것도 당시로서는 드문 접근이다.

 오하루는 대궐 시녀였지만 젊은 벼슬아치에게 속아 장안 밖으로 추방된 이후 온갖 인생역정을 겪는 인물이다. 떠돌이에서 첩으로, 첩에서 유곽으로 팔려가는 신세에 이른다. 성실한 상인의 부인이 되어 행복을 느끼지만 그것도 잠깐, 또다시 과부가 되고 만다. 스님이 되고자 절에 들어가지만 남자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또다시 창녀로 전락해 부유하는 채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백치=‘라쇼몽’으로 5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후 ‘7인의 사무라이’ 등 잇딴 명작을 만들어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동명소설을 종전 직후의 삿포로로 무대를 옮겨 번안한 것으로 원작에 충실한 나머지 처음에는 전후편 4시간25분의 대작이 되었다. 이후 제작 회사가 2시간46분으로 손질을 하면서 완벽주의로 알려져 있는 구로사와가 ‘이렇게 잘라내느니 필름을 세로로 잘라 버리는 게 나았다’라고 한 일화가 유명하다.

 다음은 시놉시스. 가메다는 전범으로 총살 직전에 구출된 쇼크로 전간성 백치가 된 인물이다. 막대한 유산을 상속하기 위해서 삿포로로 향하는 아카마는 너무나 적의 없고 순수한 가메다에게 호감을 느껴 친해진다. 아카마는 정치가인 도바타에게 둘러싸여 있던 아름다운 여자 다에코를 사랑하고 있다. 도바타는 지참금과 함께 다에코랑 결혼할 남자를 찾고 있다. 지참금을 원해서 다에코랑 결혼을 하려는 가야마는 사실 아야코를 사랑하고 있고, 아야코는 가메다의 아름다운 마음에 반한다. 얽히고 설킨 애증관계가 인간사회의 군상을 보여준다.

 ◇애처이야기=미조구치 겐지의 수제자로서 현상과 미술을 거쳐 각본가로서 자리잡은 신도 가네토 감독의 첫 작품이다. 그는 독립 프로덕션 근대영화협회를 설립해 독립 프로덕션이 단명하는 속에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헌신적인 부인의 덕으로 지내온 힘들었던 수행의 시간을 그린 반 자전적 작품이며 일본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등장하는 사카구치 감독은 미조구치 겐지를 모델로 하고 있다.

 다음은 줄거리. 각본가 게이타는 하숙집 딸 다카코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나 엄한 다카코의 아버지는 생활이 불안정한 게이타와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게이타는 하숙에서 쫒겨나고 다카코도 집을 나와 둘은 합치게 된다. 때는 42년 전시하에 영화 산업은 긴축 상태였으나 게이타는 다카코의 격려로 거장 사카구치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게 된다. “시나리오가 아닌 단순한 스토리일 뿐이다”라는 혹평을 받고 실망하지만 다카코의 중재로 일년의 실습 기간을 겪게 된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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