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대통령도 취임사를 통해 ‘제2의 과학기술입국’을 천명한 만큼 과학기술혁신 역량강화를 위한 밑그림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호군 신임 과학기술부 장관(56)은 과학기술계 연구현장에서 30년간 활동해 왔고 정부출연연 원장직도 지냈다. 하지만 한 기관의 장이 아닌 과학기술계 모두를 이끌어가야 하는 수장에 오른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앞으로 5년이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시기이므로 첫단추를 잘 꿸수 있는 과학기술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21세기는 기술융합의 시대인 만큼 각 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6T가 서로 잘 연계되는 협조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겠다. 과학기술이 국정의 중심에 서고 연구개발(R&D)효율이 제고되도록 할 것이며 지방과학기술을 육성, 활성화시켜 나가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또 정부 연구개발예산이 아직도 절대규모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부족한 수준인 만큼 산학연의 에너지를 결집하고 과학기술자 서로가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
―새로운 활력으로 떠오른 동북아 R&D허브에 대한 생각은.
▲월드컵4강의 저력을 교훈삼아 기술4강으로 진입해 나가는 시책을 적극 추진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인식과 발상의 전환은 물론 패러다임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선진형 기술혁신체계와 고수익·선순환 구조로의 재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지난날 초강대국인 러시아, 오늘의 경제대국인 일본, 떠오르는 중국 등 우리와 인접한 동북아와 기술혁신 기반을 강화토록 하겠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좀더 고민한 후 구체화된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가연구개발이 투자대비 성과가 낮다는 지적이 많다.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통해 국가과학기술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종합적 조정기능을 강화해 국과위 심의·의결 결과에 따라 R&D예산을 편성하는 풍토를 조성하겠다. 또 부처별 R&D 평가기구를 혁신해 충실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을 통해 연구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평가기법 개발 및 로드맵을 보완하겠다.
현재 가동중인 국가연구개발사업 종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누구나 쉽게 연구개발 추진현황을 이해하도록 보강해 나갈 계획이다.
박 장관은 또 청소년 이공계 기피 및 과기인 사기저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같은 문제는 과학기술인프라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이므로 보다 근복적인 장·단기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 정부 동안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많이 저하됐다. 과기인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방안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여건조성과 사회적 처우개선이 핵심이다. 우선 출연연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자체 연구비와 인건비 지원비율을 50∼70% 수준으로 대폭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또 우수한 연구원이 마음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영년직(永年:tenure) 연구원제를 정착시키고 영년직 연구원의 정년을 최소한 대학교수 수준인 65세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 과기인의 처우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과학기술인 포상확대,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을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술고시 정원확대, 국회 이공계 직능대표 도입, 과학기술 관련 고위공무원 및 정무직 확대 등을 통해 과기인의 사회지도층 진출확대를 도모하도록 할 것이다.
―우수 청소년의 이공계 기피로 미래 과학기술의 질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높다. 우수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방안은.
▲과학영재의 체계적 발굴과 육성을 위해 과학영재교육원→과학영재학교→이공계 대학으로 연결되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겠다. 초중등고의 과학영재 창출여건 개선 및 활용기간 강화를 위해 과학실험 전담교사제 도입, 현대적 실험실 확보, 과학교구 확보율 제고 등에 힘쓸 방침이다. 우수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확대, 1대학 1공작실, 1교수 연구실 1핵심·원천·전략기술 갖기 등도 계속 추진한다.
또 출연연 및 대학에서의 인력흡수 능력확대, 연구교수·인턴연구원 및 박사후제도 확충, 안식년 확대, 중견 과학기술인의 재교육 확대 및 연구개발서비스업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힘쓰겠다.
―그동안 응용연구 중심 연구개발이 이루어져 원천적 기술확보에 한계가 있었다.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기초과학 진흥방향은.
▲기초과학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기초연구개발 예산 비중을 19% 수준에서 2006년까지 2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 또 창조적인 연구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므로 기초학문의 산실인 대학의 연구자원을 세계적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우수연구센터, 지역협력연구센터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더불어 한차원 높은 기초과학연구가 이루어지도록 학제간 연구가 가능한 출연연 연합대학원이 내년에 차질없이 개교할 수 있도록 하겠다.
박 장관은 또 지방시대를 맞아 지방 과학기술진흥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자원의 지방지원 확대와 함께 대덕연구단지 등 연구개발집적지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대, 지역균형발전과 동북아 R&D허브로 육성해나가겠다고 그는 강조하기도 했다.
―연구개발자원의 수도권집중으로 지방과학육성 여건이 크게 미흡하다. 지방과학기술의 혁신역량강화를 위한 과기부의 정책방향을 밝혀달라.
▲시도별로 과학기술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과학기술정책담당관의 지자체 파견을 확대하겠다. 또 과학기술과 산업정책에 대한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도별 과학기술발전협의회를 구성, 운영토록 하겠다.
지방과학기술 진흥예산의 확대도 중요하므로 R&D예산 중 지방지원비율과 지자체 예산 중 R&D 투자비율을 2007년까지 각각 40%와 3%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국가연구개발사업 중 지방 관련사업을 확대시켜 나가는 한편 사업추진의 실효성과 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제도화하겠다.
―지방과학시대를 맞아 과학기술특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와 관련된 장관의 입장은.
▲대덕연구단지와 지방과학단지를 R&D집적지로 지정해 지역균형발전과 동북아 R&D허브로 육성할 방침이다. 대덕연구단지는 30년간 연구개발자원과 성과가 축적돼있는 만큼 집적지의 육성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고 지방과학단지는 지역대학 및 대덕연구단지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특화 연구개발·인력양성에 역점을 두는 과학단지별 특성을 고려하겠다. 향후 R&D집적지는 지역별 여건과 경제특구와의 연계 등을 고려하고 자유경쟁을 거쳐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본다.
박 장관은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도 노력해야 하지만 과학기술계와 사회구성원의 노력도 중요하다”며 “훗날 과학기술중심사회의 토대를 마련한 장관으로 기억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프로필>
△47년 인천 출생 △70년 서울대 화학과 △75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화학석사 △80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화학박사 △95년 한국인삼연초연구원 이사 △96년 아시아의약화학연합회 사무총장 이사 △99∼200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99년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99년 한반도정보화추진본부 이사 △99년 20세기 환경인물 50인 선정 △2000년 제3회 인천시 과학기술상 대상 △2000년 국무총리 정책평가위원회 위원 △2000년 산업자원부 산업기술발전심의회 위원 △2000년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이사 △2001년 환경부 환경산업발전기획단 위원 △2001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사 △2001년 한국환경분석학회 회장 △2001년 한국과학재단 이사 △2001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2001년 한국환경기술진흥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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