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정보기술(IT) 연구조직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각종 내부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4일 출연연에 따르면 ETRI에서는 지난해 직원 면직으로 촉발된 노사간 갈등이 최근 오길록 원장 퇴진운동으로 번지고 있으며 이미 종결된 유니와이드 사건과 관련된 연구팀의 금품수수 여부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는 등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연구 분위기가 산만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기도 땅에 떨어지는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원장 퇴진 운동 왜 벌어졌나=오 원장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노조를 중심으로 원장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크게 인사와 인센티브 분배, 연구원 통제 등을 이유로 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오 원장이 지난해 감사실 직제를 축소한 데 이어 월드컵 직후의 임직원 보직 해임 등으로 무리수를 두었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또 최근 들어 이루어진 조직개편에 따른 팀의 통폐합에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퀄컴기술료 인센티브가 지급 규정을 위반했으며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Ⅱ의 기술료 수입분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을 나눠먹기식으로 배분, 형평성을 위배했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 출퇴근 및 점심시간 통제, 노조원의 IP추적 의혹, 비업무용 인터넷 사이트의 차단 등 직원들의 자율을 보장하지 않는 경영방침에 대해서도 불평의 소리가 높았다.
◇임원과 직원간 갈등 심화=최근 ETRI의 선임급 연구원이 개인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위 점수를 받자 해당 K임원을 찾아가 면담하는 과정에서 대화 내용을 녹취하자 K임원이 크게 반발하며 자신의 입장을 메일로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 메일에는 개인평가에 대한 정당성과 기관장 음해성 메일의 IP추적에 대한 해명 외에도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니와이드 사건과 관련된 내용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관련 팀원 전체가 유니와이드측으로부터 2000만원씩의 사례비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ETRI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한 분위기다.
◇경영위기 탈출 묘안 없나=연구원들은 대체로 연구직의 특성상 자율운영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기관장은 28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일일이 통제하기보다는 최근의 IT경기 하락에 따른 ETRI의 기능 및 역할 위축에 먼저 손을 써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기관장의 연구원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지나친 통제가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대해서는 일부 경영진도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이에 따라 ETRI의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조뿐 아니라 임원 등 각자의 맡은 역할과 기능을 기관장이 인정하고 양보하는 대화와 타협의 자세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TRI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직이 크다보니 일부 기관 음해 세력이 있기 마련”이라며 “원칙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놓고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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