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초고속인터넷 환경으로 보아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장비의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사업만큼 업계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도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인프라 구축과 사용 국가라고 자부하면서도 주요 장비의 대부분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인터넷 환경의 아킬레스건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정보통신업체들이 VDSL장비의 핵심부품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식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일부 벤처기업과 ETRI가 VDLS장비 가격의 40∼5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VDSL모뎀 칩세트 및 VDSL스위치 칩세트 개발에 나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기가링크의 협력업체인 한기아는 이달말까지 DMT(Discremete MultiTone)방식의 VDSL칩세트를 개발,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한다. 글로트렉스도 지난달 VDSL장비 생산원가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VDSL스위치 칩세트를 개발, 장비업체인 현대네트웍스와 공동으로 50M급 VDSL장비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ETRI의 VDSL장비 핵심부품 국산화 노력도 활발하다. ETRI는 현재 국내 VDSL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인피니온이 공급하고 있는 QAM방식의 VDSL칩세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르면 올해안에 인피니온이 최근 양산에 들어간 4밴드 QAM방식의 칩세트를 개발, 장비업체들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이들 업체와 ETRI의 VDSL장비 부품 국산화 노력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값비싼 외산제품의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생산원가 절감과 주요 핵심부품의 기술축적, 중소업체의 기술력 향상 등 여러가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번 중소기업들의 VDSL장비 핵심부품 국산화 노력은 앞으로 수요가 확대될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VDSL장비 국산화는 무엇보다 지속적인 투자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초고속인터넷에 관심있는 어느 기업이든 제품개발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금조달과 기술, 생산 및 내수판매 등에 따르는 어려움으로 그동안 많은 기업이 VDSL장비의 핵심부품 개발에 참여했다가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한 것만 봐도 그 어려움을 짐작할 만하다.
물론 국산 핵심부품이 장비업체들로부터 어느 정도 호응을 얻을지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산 제품이 본격 생산될 경우 이미 양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외산 업체들의 가격인하 공세가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국내 수요확대는 물론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제 정작 중요한 것은 인터넷 세계시장을 VDSL기술로 선점하는 일이다. 초고속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VDSL장비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다. 세계 VDSL장비 시장규모가 수백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외국 업체들은 ADSL보다도 VDSL장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VDSL장비 핵심부품의 국산화가 ‘국내용’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업체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VDSL장비 부품 국산화를 통해 축적한 기술을 세계 통신시장 진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지금까지 기술개발에 들어간 대가보다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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