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불안이 세계 IT업계 미치는 영향

 배럴당 4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간신히 회복세에 들어선 세계 정보기술(IT)업계의 숨통을 죄고 있다.

 미국의 대이라크전쟁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세계 IT업계는 회복기미를 보였다. IT업계는 늦어도 올해 하반기면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올해 세계 IT시장은 지난해의 어려움을 딛고 전년비 6%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은 최근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대이라크 전쟁위기로 유가 급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요원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가는 지난 90년대 초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래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주말 뉴욕시장에서 유가는 배럴당 36.60달러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 수준도 1년 전에 비해 무려 7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러한 유가 상승세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IT업계에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IT기업들은 분기실적이 부진한 이유가 높은 유가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일부 반도체업체들은 유가급등 이후 투자나 신규 채용을 연기할 계획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비심리도 급격히 위축되면서 컴퓨터는 물론 3세대(3G) 휴대폰 단말기 수요도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앞으로도 유가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데 있다. IT업계에서는 경기회복이 얼마나 더 미뤄질지 불안해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은 물론 당분간 IT경기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는 게 중론이고 디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 경기가 장기 침체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라크전이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지 않을 경우 상황은 다소 나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증권가에서는 “대부분의 경제지표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 유가상승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경기는 호전될 것”이라며 “전쟁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경기는 상승곡선을 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에너지 가격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것은 분명하지만 소비수요는 여전히 살아있고 PC·디지털가전제품 등의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사태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전쟁이 완료되면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전쟁 이후에도 원유생산시설 복구가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후세인의 이라크 유전 파괴 가능성,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OPEC 국가들의 가격 결정력 유지, 유전을 차지하기 위한 서방국가간 경쟁 등으로 인해 고유가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IT경기의 단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거의 물건너 간 셈이 된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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