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저 PC업체들이 침체에 빠진 PC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데스크톱PC 제조부문을 분사하거나 아웃소싱을 추진, 국내에 PC산업이 태동한 지 20여년 만에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는 PC 아웃소싱 시대에 들어서게 됐다.
◇메이저 PC업체 아웃소싱 사례=지난해 관계사 손익 반영 등으로 5000억원에 가까운 커다란 손실을 본 삼보컴퓨터(대표 이홍순)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안산공장의 기판생산라인을 지난 1월 EMS코리아로 분사시킨 데 이어 나머지 생산라인은 시스템제조 전문업체로 오는 4월 분사시킬 예정이다. 삼보컴퓨터는 이번 안산공장 분사로 연간 250억원의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지난해 엘피스라는 전문 제조업체와 PC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데스크톱PC 아웃소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우선 제조기술 확보가 용이한 행망 및 기업용 PC부터 아웃소싱을 시작한 후 진행상황에 따라 가정용 PC분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 일부 노트북PC 생산라인을 오는 4월 중국에 설립되는 쑤저우 생산공장으로 이전했으며 향후에는 이 곳에서 생산한 노트북PC를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PC아웃소싱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주문형 생산방식(BTO:Build To Order) 시스템 구축이 더뎌 아웃소싱 물량 확대가 빠른 속도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LGIBM(대표 류목현)은 LG전자로부터 데스크톱PC를 아웃소싱받고 있으나 LG전자는 이를 다시 서흥전자·동광정밀 등의 업체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
지난 2001년에 PC 생산라인을 갖춘 사옥을 마련한 현주컴퓨터(대표 김대성)는 생산라인을 보유했지만 실제 PC생산은 자체 인력이 아닌 인력 송출업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현주는 품질관리 등과 생산라인을 관리하는 일부 제조인력만 둘 뿐 전체 생산은 인력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이뤄지게 된다. 이밖에 세이퍼·로직스 등도 전문 제조업체를 통해 PC생산을 대행하고 있다.
◇아웃소싱 도입 요인과 전망=데스크톱PC 분야에서 이처럼 아웃소싱이 늘어나는 이유는 △데스크톱PC의 수익성 악화 △메이저 PC업체들의 데스크톱PC 수출 중단에 따른 생산라인보유 의미 상실 등의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보를 제외하고 삼성전자·LG전자 등이 데스크톱PC 수출에서 사실상 철수하면서 한정된 국내 시장만을 겨냥해 대규모 생산시설과 인력을 보유할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삼보컴퓨터는 수출 물량과 관련 제조시설을 지난해 중국 선양, 멕시코 등 해외 생산기지로 다 이전했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일본의 경우 지난해 히타치와 샤프가 PC·서버·노트북PC 등 컴퓨터 생산 전반에서 협력키로 하고 손을 맞잡았으며 NEC는 또 다른 메이저 PC업체인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기업용 PC를 공급하는 등 제조부문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PC업체 제조부문 구조조정이 영세성과 전문성 미약으로 경쟁력을 보유하지 못한 국내 전문제조업체(EMS)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계기가 될 수 있다”며 “EMS업체가 전문화될 경우 PC뿐만 아니라 컴퓨터 산업 전반으로 이러한 제조 아웃소싱 추세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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