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성향이 뚜렷한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출신의 이창동씨가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됨에 따라 문화부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40대의 신임 장관의 등장은 어느 분야보다도 보수적인 문화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에서 이창동씨의 문화부 장관 발탁은 가장 파격적인 인사이자 노무현 대통령이 그동안 내걸어온 ‘참여정치’의 모범을 보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을 정도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식문화강국 실현’을 위해 △창조적 문화역량 강화 △문화적 창의성을 기반으로 문화산업 육성 △지식정보사회의 전면화 추진 등을 내놓은 문화정책 방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창조적 문화역량 강화를 위해 문화예술 창작의 사회핵심 자원화 및 인권·교육·문화를 연동한 청소년 계발, 문화의 주체성과 다양성 조화, 체험하면서 배우는 관광 활성화 등의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또 문화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문화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구축 및 창의적인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개발 확대, 문화산업 유통 합리화 및 시장구조 개선 등의 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지식정보사회의 전면화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고 안전한 지식정보사회를 위한 정보보호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동시에 정보격차를 해소해 소외계층의 참여복지 및 삶의 질 향상을 이룰 계획이다. 여기에 초고속정보통신망의 지속적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새 정부는 또 이들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비롯한 관련 기금 확충에서부터 문화예술 교육확대, 세계적인 규모의 문화축제 및 남북 문화교류 등을 확대 추진하고 문화콘텐츠 산업발전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과 지원사업을 펼치는 동시에 관련 법과 제도도 새롭게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문화부 정책도 그동안 관주도의 중심에서 탈피해 민간중심의 새로운 문화정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동 신임장관은 민간참여기구인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어 민간위원회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수위도 정책과제에서 문화정책을 민간행정위원회로 넘겨주는 방안을 추진토록 해 이 장관의 등장으로 이같은 정책이 탄력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화정책 기능에 대한 민간이양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는 문화부가 신임장관 체제로 개편된 연후에 뚜껑을 열어봐야 드러나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논의 내용=인수위가 새 정부의 문화정책 과제로 제시한 정책안은 영화산업진흥위원회 및 방송영상산업진흥원·게임산업개발원·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등 기존 문화부 산하단체와 기관을 흡수 통합하는 초대형의 문화산업진흥위원회를 설치해 문화산업분야에 대한 민간참여를 확대하고, 문화예술 분야는 기존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문화예술진흥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으로 그 기능을 확대·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산업의 경우 그 장르가 너무 다양한 데다 발전단계도 각기 달라 이를 초대형 민간행정위원회로 통합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견해가 늘면서 최근에는 문화산업의 경우 영화·방송·게임·애니메이션 등 장르별로 독립된 소위원회를 구성해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이 보다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와 방송영상산업진흥원 등은 그대로 유지하고 게임산업개발원을 게임산업진흥위원회로 전환하는 등 기존 관련 단체나 기구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하는 것으로 민간참여의 폭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문화부 입장=문화부 관계자들은 기존의 틀을 한꺼번에 크게 흔들기보다는 문화부 조직을 기존처럼 장르중심으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기능중심으로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부터 새로 정하고 나서 단계적으로 민간이양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또 이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내부조직 및 산하기관의 역할 및 개편 등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하면서도 본격적인 논의는 신임 장관체제가 갖춰진 연후에나 시작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관주도의 문화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이장관이 문화부의 수장으로 취임함에 따라 이같은 문화부의 입장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망 및 과제=일단 문화정책 기능을 민간행정위원회로 이전하는 방안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치’ 의지가 강한 데다 이창동 신임 문화부장관도 민간참여를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한 기존 단체에서 다른 단체와 통합해 초대형 기구를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데다 문화부 내부에서도 문화산업분야는 장르별로 성격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정책을 펴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일단 인수위의 당초 안대로 포괄적인 성격의 문화산업진흥위원회를 설치하기보다는 기존 단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민간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현실에 맞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비롯한 관련법을 개정해야 하고 현재의 상황과 효율적인 민간이양 방안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선행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법개정 문제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만큼 야당의원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빠른 진행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올해 정기국회에 상정돼 처리된다고 해도 빨라야 내년 6월께나 시행이 가능하며 내년 국회로 넘어갈 경우에는 오는 2005년 하반기에나 문화정책에 대한 민간참여가 확대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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