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새 IT경제팀의 과제

◆모인 산업기술부장 inmo@etnews.co.kr

 

 노무현 정부의 새 경제팀이 출범했다. 안정적인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일들이 그다지 평탄할 것 같지 않다. 특히 IT 경제를 주도할 수장들을 보면 관료사회와의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이 때문인지 산업계는 상당한 우려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부처의 경우 전도의 칼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거센 변화의 바람이 예상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라의 안팎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여소 야대의 소수 정권이란 한계를 그대로 떠안고 있는 데다 경기마저 하강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 주가지수는 6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라크 사태로 세계 경제는 상승기류를 찾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으며 북핵 문제로 북미관계는 꽁꽁 얼어 붙어있다. 특히 이라크 사태는 우리경제에 큰 주름살을 안겨주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 정부가 올해 목표한 6%의 경제 성장률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들에 대한 사정도 잇따르고 있다. SK에 이어 한화그룹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고 동부그룹은 공정위로부터 아남반도체 주식 취득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죄를 졌다면 달게 받아야 한다. 또 이 기회에 경영과 관련한 대기업들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렇지만 사정차원에서 ‘다음 차례는 너희다’는 얘기가 시중에 흘러 나온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혁명적인 상황이 아닌 작금의 경제현실은 경영주들에게 채찍을 들기보다는 신명나는 일들을 만들어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외국 투자가들이 외면한다면 우리 경제에 대한 회생의 기대는 실낱 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 기대할 수 없다.

 세계 경기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IT경제가 몇년째 휘청거리고 있는 사실은 새삼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대로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더 놀랍다는 산업계의 지적은 따갑기만 하다.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는 연일 가격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고 가전·PC시장은 수요 부진으로 몸부림 치고 있다. 그나마 잘 나간다는 휴대폰은 중국산에 포위돼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차세대 주력 품목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이다.

 새 경제팀에 맡겨진 책무는 너무나 무겁다. 수직 하강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하고 우문에 대한 현답을 준비해야 한다.

 새 경제팀의 면면을 보면 각론보다는 총론을 통해, 충격 요법보다는 시장과 제도 개혁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모범 답안에 가까운 처방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경제라는 것이 살아 숨쉬는 동물과 같아서 이론을 뛰어넘고 논리를 초월할 때가 적지않다는 점이다. 또 시점을 놓치면 처방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시장경제 원리에 떠맡기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경제를 먼저 일으켜 세우지 않고서는 사회전반에 걸친 개혁을 단행할 수 없다. 언필칭 노무현 정부의 개혁성공 여부는 경제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매를 먹기보다는 씨앗을 뿌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관을 흔들기보다는 보듬고 나가야 하며 채찍보다는 당근을 통해 부양책을 일궈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정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