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원조`보다 나은 `창조`

◆정의동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edchung@ksda.or.kr

 서울 장충단공원 앞을 지나다 보면 그 부근의 명물인 족발집이 많이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가게마다 ‘원조’ 족발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어느 집이 진짜 최초의 원조 족발집인지는 몇 십년간 이 거리에서 살아오지 않은 이로서는 분간하기 힘들다. 이렇게 많은 가게들이 자칭 ‘원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이 최초로 장충동식 족발을 개발하였으며, 옆집의 족발은 자기 것보다 개발 기간이나 노하우 면에서 뒤떨어진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최초에 발견되었거나 개발된 것을 모방하거나 응용하여 이른바 ‘원조’보다 더 유명하게 되고, 심지어 진짜 ‘원조’를 몰아내고 일반인들로부터 원조로 인식되어 온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최초로 개발된 애니메이션(animation)은 20세기에 이르러 미국 디즈니사에 의해서 상업적으로 대중화되었으며, 20세기 후반에는 일본에 의해서 ‘아니메(アニメ)’라는 새로운 장르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터넷은 원조를 능가하여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창조해나가는 또 하나의 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미국에서 최초로 개발된 인터넷이 한국에 들어온 지 불과 십년도 채 안되었지만 한국은 벌써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최초로 개발된 아바타(avatar) 유료서비스가 최근 세계적인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자회사인 MSN메신저 회사에서도 성공리에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원조를 능가하여 새로운 원조로 약진하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기술을 습득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원조의 자리를 넘보는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기술개발의 속도가 빨라지는 현대에서는 최초의 개발자라는 의미의 ‘원조’라는 프리미엄에 안주하여서는 안 된다. 기술이 범용화되고 새로운 원조가 탄생되는 순간에는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또 다른 원조가 되기 위한 도전을 지속하여야 한다. 제2, 제3의 아바타가 탄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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