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온미디어 상무 sskim@onmedia.co.kr
1995년 3월 케이블TV가 출범한 이후 근 8년이 지나갔다. 그간 케이블TV사업자들은 극도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려운 세월을 견뎌왔다. 8년의 세월로 이뤄낸 것이라면 1000만가구라는 시청자 규모와 유료 방송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시장 규모가 1000만이라고는 하지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 수익 기반인 수신료와 광고 시장은 미약하기 이를 때 없다. 100개가 넘는 PP들에 주어지는 수신료는 연 500억원에 불과하고, 방송광고 시장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90%를 점유, 그야말로 열악한 조건 속에서 사업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정권의 대선 공약에서 언급된 매체간 균형 발전이란 대의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매체간 균형 발전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볼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양한 관심사와 기호를 가지고 있으며, 획일화된 프로그램들로부터 벗어날 자유가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뉴미디어가 탄생한 것이며, 뉴미디어의 발전은 다양한 시청 수요에 부응하는 길이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전체 케이블 시청률이 지상파 방송 전체시청률의 3분의1 수준에 접근해 있다. 그만큼 많은 시청자들이 케이블TV로 이동한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케이블로 이동하면서 수요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시청자의 다양한 수요를 창출하고, 이에 부응한다는 케이블TV산업의 초기 목적에 가까워져 가는 모습이다.
매체간 균형 발전은 또한 우리나라 방송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절대적이다. 방송을 포함한 모든 문화산업 영역은 조만간 완전 개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지닌 경쟁력은 외세의 거대한 공세에 결코 안전할 수 없다. 현재 상태의 개방은 자칫 우리나라 자생 방송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 매체간 균형 발전이 꼭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과 뉴미디어가 선의의 경쟁 속에서 서로 발전하는 것만이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길인 것이다.
새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부터 매체간 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표명해왔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로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 방송통신위원회의 조기 출범과 현안 과제 해결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피할 수 없는 전 세계적 추세다. 영역과 구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이는 어떠한 행보도 취하기 어려우며,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방송통신위원회의 출범은 무엇보다 시급한 사항이라 하겠다.
둘째, 지역민방과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사업자간 갈등에 대한 지혜로운 접근을 당부하고 싶다. 사업자들간에 극한적 분쟁은 개별 사업자의 발전은 물론, 전체 매체 발전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특히 상대적으로 영세한 PP들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매체간 균형 발전이란 목표에 사업자간에 공정한 교통 정리는 가장 어려우면서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셋째, 디지털 전환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요구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미디어센터(DMC) 구축에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단 디지털 망과 시스템 등의 인프라 구축이 선결돼야만 콘텐츠의 디지털 전환도 촉발되는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기대하는 바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제작에 관한 경제적 지원책을 기대한다. 케이블 시장의 디지털화가 목전에 닥쳤지만 콘텐츠 시장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인적 잠재성은 세계적이지만, 이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이나 자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대한 세재감면, 자금지원 등이 필요하리라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새 정부의 매체간 균형 발전에 대한 의지이다.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사안에서 ‘뉴미디어의 경쟁력 강화’라는 일관된 경향을 나타낼 때 우수한 인재와 대규모 자본이 모여들 것이고, 결국은 매체간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가 실현될 것이다. 대한민국 시청자들이 다양한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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